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소문난 명품 찐빵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좋은 밀가루를 골라서 쓰고 비법을 발휘한 반죽 기술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찐빵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반죽 안에 들어가는 팥소다. 항간에 실속 없는 일이나 사건, 물건을 일러 ‘앙꼬(팥소의 일본어) 없는 찐빵’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불량한 팥소가 들어있는 찐빵을 놓고 명품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21대 국회에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공수처라는 조직은 많은 국민이 걱정하듯이 운용하기에 따라서 최고 권력자의 강력한 독재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 위험성 때문에 국민은 공수처장 선출규정에서부터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는 완전한 장치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통합당의 비협조에 민주당은 안달이 났다. 지난해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밀어붙일 적에 야당과 국민을 설득한 가장 중요한 논리는 “절대로 여당이 일방적으로 뽑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통과된 공수처법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여당 교섭단체 2명, 야당 교섭단체 2명 추천이고, 후보 결정은 추천위원 7분의 6 찬성으로 돼 있다.

국회의장이 거듭 후보추천위원 선정을 요구했지만, 유령 취급 당하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심판을 청구한 만큼 결과가 나온 뒤에 하자는 주장을 펴 왔다. 민주당이 몇 차례 공수처법 개정을 을러대더니 정말로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예상대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인사를 공수처장에 임명하고, 수사관들도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채울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여야 구분 없이 국회가 추천하는 4명 등 7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또 공수처장 후보 추천 조항도 5명 이상만 동의해도 되도록 바꿨다.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다.

공수처 수사검사 인원도 현행 공수처법에서 정한 25명에서 ‘최대 50명’으로, 수사관은 40명에서 ‘최대 70명’으로 늘렸다. 수사검사 자격도 ‘10년 이상의 변호사’ 에서 ‘5년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3년이었던 수사검사 임기는 7년으로, 최대 3회까지만 허용한 ‘연임 제한’ 조항은 아예 삭제했다. 법조계에서는 “젊은 민변 변호사들의 진입허용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되면 법을 바꿔서라도 강행하는 여당이 다시 무슨 수상한 작전에 돌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핵심 중립성 담보 조항을 제거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입법과정에서 국민을 완전히 속이고 배신한 게 돼 버린다.

좋은 재료를 넣기는커녕 팥소를 아예 빼버린 찐빵이 어떻게 명품이 되나. 아니, 맛있는 팥소는 제거하고 먹어선 안 되는 독소(毒素)를 잔뜩 넣은 찐빵으로 대체 이 나라 민주주의를 또 얼마나 죽일 작정인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