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대표론 내세운
김부겸 전 의원 타격 입어
민주당 신임 지도부 중
TK 등 영남권 인사 全無
비영남권 중심 당 운영 관측

더불어민주당 새 당대표로 이낙연 의원이 선출되면서 영남권 대표론을 내세운 김부겸 전 의원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낙연 의원은 대표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차기 대선고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 반면 김 전 의원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됐다. 특히 민주당 신임 지도부에 대구·경북 등 영남권 인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비영남권 중심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대선을 위해서 영남권 표심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는 민주당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이번 전대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김부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29.29%로 13.51%를 기록한 박주민 의원을 크게 앞섰지만 당내 여론이 작용하는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당원, 국민 일반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에게 모두 밀렸다. 김 전 의원 캠프측의 한 관계자는 “친문 권리당원 표심을 향해 메시지를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김부겸의 색깔도 잃고 친문 진영의 호감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온건한 성향의 김 전 의원은 검찰개혁·행정수도 이전 등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맞췄고, 이낙연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친문 지지층에게 호소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지지세가 약한 대구에서 기반이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기회는 또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2등을 했다는 건 김 전 의원에게 정치적 기회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영남권에서 민주당의 존재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이 21대 총선 및 전대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가 그만큼 적어졌다는 데 있다. 외부적으로 볼때는 7개월 뒤 당권 재도전, 대선 도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이번 전대의 경우 잠재적 대선 주자 간 격돌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다음 전대 출마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을 도왔던 한 의원은 “당분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침잠의 시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전 의원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와 여전히 당이 전국정당보다는 비영남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신임 대표는 향후 7개월의 임기 동안 대선 대세론을 확실히 굳힐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역전당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코로나19 위기 극복, 민생 지원, 포스트 코로나 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 가속화 등의 현안을 자신에게 주어진 5대 명령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국가적 위기에 여러분이 주신 임무는 분명하다.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일상의 평화를 되찾기 어렵다”며 “효율적, 체계적으로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 재편하고, 그 위원장을 제가 맡겠다”고 말했다. 야당과 협치에 대해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며 원칙 있게 나서겠다”고 했다.

특히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이낙연 대세론 굳히기 여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고, 선거는 4월 예정돼 있으나 시장 후보 선출과 선거 전략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이 대표로서는 책임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당장 후보를 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당대표로서 ‘이낙연 리더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대표 비서실장에 오영훈 의원을, 당 수석대변인에 최인호 의원을 각각 임명하기로 했다. 사무총장에는 3선의 박광온 의원, 정책위의장에는 홍익표·이광재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에는 노동계, 여성, 청년, 지역 등을 배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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