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포항의 의대 유치 운동으로 ‘포항과 서울’의 도시 인프라와 미래지향적 관점을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포항에 의과대학을 세우는 일이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경북 지역은 전국 평균 의사 수가 서울의 반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료 서비스라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런 반면, 포스텍은 과학기술 인용 논문 수 등으로 국내 최강이다. 한국의 고교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중 하나이다. 과학기술 연구의 가장 중요한 국내 유일의 방사광 가속기도 포항에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의료연구의 많은 부분이 가속기에 의존하고 있다. 도시 기반 인프라는 부족한데 최첨단의 연구시설과 교육기관이 있는 것이 포항의 실정이다.

필자가 90년대 썼던 칼럼들을 한번 들추어 보았다. 90년대 언론들은 포스텍과 서울공대를 비교하는 보도를 쏟아내었는데, 사실상 두 대학과 두 도시를 비교하는 것은 그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구는 20배,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인프라 면에서 앞서는 서울이었다. 그러나 포항은 서울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것은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간의 싸움처럼 보였다. 포스텍이 “지역에 있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었고 포스텍은 다윗이 들고 있는 물맷돌의 역할을 했다. 사실상 포항의 도전은 지역의 세계화라는 선진국형 개념 정착을 위한 것이고 이것은 결국 한국 전체를 위한다는 점에서 골리앗인 서울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러기에 포항의 도전은 엄격히 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보다 훨씬 더 명분이 강한 도전장이다. 다윗의 물맷돌이 힘을 발휘하여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에 대한 강한 믿음이었다고 한다.

포항의 한 개 대학이 서울대라는 골리앗에 도전한 것처럼 포항은 서울에 도전하기 위한 강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인프라의 확충과 경쟁력이다.

포항의 발전은 한국 지역 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돼 왔다. 포스코의 등장으로 산업화 분산, 포스텍으로 엘리트 대학의 지역 분산 등을 실천하였다. 이제 의과대학 신설과 의료 기반의 확충으로 의료서비스의 포항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필요한 모든 인프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 인프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필자는 포항에 도서관겸 조그만 방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 “너는 언제까지 경상도에 살래?” 친구들이 웃으면서 묻는다. 그들의 눈에는 퇴임 후에도 경상도에 드나들고 있는 필자가 신기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세계화의 전제 하에서 각 지역은 각 지역에 대한 강한 긍지를 가지고 지역별 특성을 강조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삶이 중요하다. 그리고 각 지역은 세계로 약진해야 한다. 더 이상 지방은 지방이 아니다. 한국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핵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포항의 서울에 대한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진행형을 뒷받침하는 것은 도시 인프라이고 그리고 의대의 신설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