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
조근식
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

배에 동력이 발명되기 전에 바다 위에 모든 배는 바람에 의해 항해해야 했기에 초창기 돛단배는 돛의 방향이 배와 수직이었습니다. 따라서 순풍이 불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역풍을 맞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원래 돛의 방향을 바람과 수평 방향으로 바꾸고 제내커(Gennaker)라는 보조 돛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돛의 크기가 커지더라도 조절이 쉬워졌고 더 많은 바람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이전보다 빠르게 항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더 많은 지역으로 이동이 필요해지고 동시에 왕복 이동을 위해 역풍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습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지브세일(Jib Sail)입니다. 지브세일은 역풍이 불 때 제내커대신 사용되는 작고 팽팽한 삼각형 모양의 돛입니다. 돛단배가 지브세일을 이용하여 역풍에도 순항하는 원리는 비행기 날개에서 양력이 발생하여 비행기가 뜨게 되는 원리와 동일합니다.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돛의 주위에 공기가 흐를 때 돛을 경계로 하여 형성되는 양력을 받아 순항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유일한 동력원이라 변화무쌍한 역풍 앞에서는 더 이상 전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여기는 돛단배이지만, 이러한 역풍 활용 덕분에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식 요트로까지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역풍을 활용하려 하지 않고 역풍을 피하고자 역풍이 불지 않을 때나 적게 부는 지역에서만 사용되어졌다면 돛단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자리에 불쑥 다가오는 크고 작은 위기를 만날 때 불확실성을 회피하거나 관리하는 데만 주력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1980년대 크라이슬러를 파산에서 구해내고 위기관리와 변화의 심벌로 떠올랐던 리 아이어코카는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가장된 위대한 기회를 항상 접하며 산다”라고 말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 불확실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의 결단력’입니다. 위기야말로 자신의 리더십을 테스트해 볼 좋은 기회입니다. 위기를 직면해 뚫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 리더들의 숙명입니다. 위기 가운데 있는 돛단배이지만 당당히 올라 자신 있게 ‘호이스트(돛을 바꿀 때 쓰는 신호)!’를 외쳐봅시다.

2020년은 너무나 인간 한계를 느끼게 하는 일들로 인해 자포자기하고픈 일들이 있을 수 있지만 역풍도 감사하며 전진하고 도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