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 <br>지킴랩 기업탐정본부장 <br>전 경북지방경찰청장
박화진
지킴랩 기업탐정본부장
전 경북지방경찰청장

긴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다. 코로나까지 다시 기승을 부린다니 여름나기가 쉽지 않다.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견딜만하지만 땡볕 아래 일하는 사람들은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되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긴 장마에 볕이 그리웠는데 오히려 그 볕을 타박하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생명체에서 햇빛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봄가을이면 아름다운 하늘에 청량한 햇빛을 맘껏 누리는 우리로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긴 겨울과 비가 많은 북유럽 사람들은 모처럼 나오는 햇빛을 주체하지 못하다고 한다. 빛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피부미용에 민감한 여성들의 얘기가 아니다. 사진작가와 같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필름카메라 시대가 끝나고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되어 누구나 웬만큼 사진을 찍는다. 빛과 색상을 카메라가 자동으로 보정해주지만 그래도 작가들은 수동으로 빛의 양과 각도를 조절하면서 찍어야 예술성 있는 작품이 되는 모양이다. 피사체에 대한 빛의 반응이 재미있다. 피사체 후면에 빛이 있으면 피사체가 검게 나온다. 이런 점을 역으로 이용하여 실루엣 사진으로 예술성을 찾는다. 전면에 빛이 많이 비치면 피사체가 하얗게 나아서 얼굴사진인 경우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다. 예술사진이 아니라면 적당한 측광이 명암과 원근감을 살려 제대로 된 정상적인 사진으로 찍힌다. 물론 비전문가의 사진이다.

사람에게도 빛의 방향과 양이 꽤 중요한 일이다. 유명 체육인, 연예인, 정치인 2세들이 부모의 후광 때문에 정작 자신들은 어두워지는 현실이다. 부모처럼 뛰어나면 본인의 노력은 아랑곳없이 유전적으로 대물림 받은 것으로 여긴다. 부모에 미치지 못하면 부모의 명예에 손상을 끼친 사람이 된다. 이래저래 자기 정체성이 실종된다. 빛이 앞에서 지나치게 비치는 것도 잘 감당되지 않는다. 강한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순간 눈이 감긴다. 앞이 어두워진다. 분별력이 떨어진다. 나락으로 치닫게 된다. 어느 날 유명인이 된 사람들에게 종종 일어나는 과다한 빛 쬐기의 부작용이다. 적당하게 들어오는 측면의 빛을 받아 명암이 섞이고 원근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 일 수 있다. 부족한 부모를 탓하거나 지나치게 내리 비치는 빛에 우쭐할 일이 아님은 자연의 이치다.

최근 나라님의 인기가 나라살림 사는데 지장을 줄 정도까지 내려앉고 있단다. 전임자의 후광과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많이 들떠있던 시간들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니 뒤뚱거림이 예외가 아닌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처럼 전임자들이 들었던 말들을 듣고 있는 현실을 심각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지나친 후광과 스포트라이트에 얼굴이 실루엣과 백야가 될 경우 인물사진으로서는 잘못 찍힌 것이다. 빛의 각도와 양을 잘 조절했으면 한다. 민초들은 나라님 존영을 오래도록 원래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 요즈음은 사진 좀 찍을 줄 알고 볼 줄 아는 사람이 너무나 많으니 살짝 보정하는 건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