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문 규

그녀의 몸속에는 소리들로 넘쳐난다

몸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가는데

소리들은 한낮의 땡볕처럼 필사적이다

자궁을 열던, 초경의 소리들이 살아나

메마른 땅을 촉촉이 적시고 있는 걸까

캄캄한 구멍 속에서

소리를 더듬으며 소리를 본다

호두알 구르는 소리

밤알 떨어지는 소리

단단한 껍질 속에는 연한 소리들이

허공에서도 살이 되어 내린다

언덕을 넘으면 골짜기가 소리들로 환하다

내 생의 마지막 가는 길

꽃이 아니어도 꽃이 지기 전

그녀의 몸처럼 소리들로 넘쳐날 수 있을까

이파리 하나 싹트지 않는

늙은 탱자나무

노파로 비유된 오래된 탱자나무에서 시인은 온갖 소리를 듣는다. 비록 몸은 수령 오래된 나무처럼 소멸을 향해 가지만 한 생을 살아온 노파에게는 온갖 소리들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늙은 탱자나무에서 온갖 소리를 듣는 시인은 파란만장한 노파의 한 생을 상상하며 삶의 진액이 녹아있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