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광복회장이라는 김원웅씨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안익태는 민족반역자”이므로 그가 작곡한 애국가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일부 여당의원들이 추진 중인 친일인사 파묘법도 주장하고 있다. 이어 연단에 올라온 원희룡 제주 지사는 미리 준비했던 경축사 원고를 접고 우리 국민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하고 제주도지사로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 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과 국민들이 있고 그 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했던 분들도 있기에 나라를 잃은 국민에게서 무슨 죄를 묻겠는가는 것이 원 지사의 주장이다.

필자는 원 지사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자기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친일을 했다면 그건 비난 받아야 하지만 나라를 잃은 백성이 일본의 폭압속에서 강제로 일어난 일을 친일이라는 프레임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예술인, 군인, 지식인들은 일본의 폭압 속에서 특히 그것을 감내해야 했고 어쩔 수 없는 협력도 있을 수 있었다. 그건 그들이 원해서 한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후에 국가를 위해 행한 공을 생각하여 그 공이 충분히 칭송 받을 만하다면 그것으로서 존경 받아야 한다.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며, 대한민국을 만든 데에는 많은 분들의 공이 있었고, 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광복회장 그 자신은 어떤가라는 비판도 있다. 정치 입문은 자신이 ‘친일’이라고 비판하는 민주공화당에서 이뤄졌고 사무처 공채에 지원해 당료로 근무하면서 정치권에 들어섰고 이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당료로 근무하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고 한다. 그 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져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진보진영으로 넘어갔고 진보진영의 프레임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를 두고 재향군인회는 16일 성명에서 김 회장을 향해 “자기 이익에 따라 정당을 바꾸는 철새정치인”이라고 비난했는데 김 회장은 “나는 생계형”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생계형이라면 자기가 비판하는 친일 인사들도 다 마찬가지이다. 그 비판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생계형을 훨씬 넘는 생명형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온 것들이다. 지금 친일 반일로 다시 분할되어 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친일을 청산하자고 하지만 그 기준은 그저 마음대로 그들이 정한 잣대일 뿐이다. 생계형이라면서 과거의 철새행태를 옹호하면서 생명형이었던 애국지사들을 매도할 수 있을까?

광복 75주년을 맞은 이때에 이편저편 나누어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되어야 한다는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우리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이 맞는 것인가? 여권이 지지도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꺼내 든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