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19가 종교지도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일련의 종교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에게 코로나19는 절대자가 인류에 내리는 일종의 종교적 고난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엄청난 전파속도와 치사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를 대하는 종교지도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대범한(?) 행보를 보여 세인을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얘기다.

이만희 총회장의 경우 당초 코로나에 감염된 신도들의 명단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오히려 검사를 받지말라고 독려했다가 방역지침 위반과 방해 의혹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가뜩이나 전염속도가 빠르고, 치료약도 없는 치명적인 질병의 감염을 방조하는 행태는 사법적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역시 코로나19의 2차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교회에서 마스크도 쓰지않은 채 설교를 하고, 광화문 집회를 주도해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목사를 포함한 목회자들은 지난 9일 사랑제일교회 예배 현장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신도들로 가득한 가운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 80여 분간 설교를 했다. 평소 야외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벗고 다녔던 전 목사는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서도 “나는 열도 안 올라요. 나는 병에 대한 증상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전광훈 목사를 격리대상으로 정했다고 통보했다, 이놈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가차 없었다. 결국 본인 뿐만 아니라 밀접 접촉자인 부인과 비서진, 측근들까지 모두 코로나에 감염되고 말았다. 신도들도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밤샘기도, 금식기도, 광복절 집회 준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합숙 생활을 마다치 않았다. 그 결과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는 전국 80여개 시군구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졌다. 사랑제일교회 측이 방역당국에 일부가 누락된 출입자 명단을 제출하거나 교인들의 진단 검사를 고의로 지연시킨 정황도 드러났다.

신천지 사태 이후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은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벌금을 내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여기에 국가가 부담한 복구 비용이나 치료 비용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배상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 이런데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은 20일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방역 지침상 접촉자가 아닌 국민을 상대로 명단 제출과 검사, 격리를 강요하는 행위는 직권남용”이라며 피해자 코스프레에 바쁘다. 신도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종교지도자로서 적절치못한 행태이자 책임회피다.

종교적인 맹종은 어리석어서 두렵다.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최소한의 행동양식마저도 저버리게 한다. 생명존중의 신앙과 종교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에게 평화로운 삶과 안식을 약속한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져준 또 하나의 교훈은 생명존중이란 종교의 본질과 맞닿은 새로운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