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말복이어서 그랬을까. 광복절이 뜨거웠다. 국권을 찾았던 뜨거운 감격을 기념하는 한편,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광장을 채웠다. 문제는 코로나19. 겨울 끄트머리에 찾아왔던 감염병은 봄과 여름을 건너 가을을 넘보고 있다.

전세계 188개국에서 하루에 20만명도 넘게 감염시키면서 2천만을 상회하는 확진자를 낳고 80만에 육박하는 사망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리한 터널을 언제 통과하려는지 아무도 모른다. 광복절 광화문집회가 촉발한 감염확산 위험은 이전의 경우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의 건강이 경각에 달렸다.

코로나19가 몸을 다치게 하겠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로는 사회의 건강도 이만저만 해치는 게 아니다. 미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는 까닭은 국민의 건강문제를 정치적 담론으로 몰아온 대통령의 실수로 보인다. 정치적 격론 속으로 빠져든 감염병을 대통령 본인은 물론 미국의 정치권도 도무지 건질 바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타산지석이 아닌가. 코로나19가 정치적 편가르기의 소재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소동이 다 지나고 혹 결산에 이를 때에 공과 과를 가늠할 일이 있을지라도 지금은 방역에 집중하여야 한다. 백척간두에 섰을 방역당국의 심정은 어떤 모습일까.

틀린 말은 아니다. 교회가 문제다. 신앙의 본질보다 정치적 담론으로 물들이며 집회를 주도한 목사의 책임이 크다. 부적절한 주장과 언변으로 신자들을 오도하고 호도해 온 목사와 교회에 대하여 분명한 판단과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던 한국교회에도 책임이 있다. 교회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웃을 돌아보고 사회의 건강을 살피는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 교회가 믿는 이들의 신앙적 성장을 도우며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게 되면 오늘 이 사건은 교회의 건강도 회복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방역은 정치가 아니다. 오른편 왼편으로 갈라 다툴 일인가. 코로나19를 막는 길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까닭이 없다.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다가도 모두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등장하는 ‘국난극복 DNA’를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이념의 차이를 딛고 국난을 헤쳐왔던 기억을 되살리면, 편갈라 싸웠던 이슈들은 오히려 헐거운 과제들이었다. 정말로 어려운 문제 앞에 겨레는 언제나 하나가 되어 솟아오른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K-방역’이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지나는 난관이 또 하나의 결실이 되는 역사를 남겨야 한다.

모두의 책임이다. 모두에게 닥친 코로나19이며 함께 지나가야 할 관문이다. 누구를 탓하여 무엇을 얻으려는가. 차이를 극복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좋은 시험대이다. 대선을 앞두고 헤매는 미국이 있다. 총선을 거뜬히 치러낸 한국이 있다. 이겨내기 위하여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구호와 선동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생각에 따라 편갈라 다툴 일은 따로 또 많다. 코로나19가 지나간 뒤에는, 겨레의 마음도 건강해 지지 않을까. 세계가 보고 있다.

대한민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