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를 위한 ‘슬기로운 여름나기’ 방법은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혈압이나 당뇨, 콩팥병을 앓는 만성질환자들은 건강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몸속 수분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은 데다 체력을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자를 위한 ‘슬기로운 여름나기’법을 소개한다.

대게 겨울철에 더 위험한 질환으로 알려진 고혈압은 여름에도 환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흘려 최대한 열을 방출하는데, 폭염으로 갑자기 혈관이 확장되면 혈압이 급격히 낮아져 심할 경우 정신을 잃는 열실신까지 발생할 수 있다.

평소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라면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약은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떨어뜨리는데 전립선비대증 약물과 함께 복용하면 혈관이 더욱 확장돼 체위성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실내 냉방으로 인한 온도 변화도 고혈압 환자의 건강에 좋지 않다. 더운 곳에 있다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피부와 말초혈관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한다. 혈류 변화로 인해 수족냉증과 같은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환자에 따라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심하게는 심·뇌혈관 증상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내 온도를 외부 온도와 5℃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하고, 에어컨을 튼 실내에서는 긴 소매 옷이나 양말 등을 착용해 찬 공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혈관 수축의 원인이 되는 흡연을 금하고 이뇨작용을 증가시키는 커피나 콜라를 줄이는 것은 물론 음주도 자제해야 한다. 대신 혈액 순환을 돕는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30분씩 꾸준히 하면 혈관 탄력을 높여 혈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포항시 북구보건소 건강관리과 관계자는 “고혈압 환자들이 겨울철에 혈관이 수축된 상태를 기준으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다가 여름에 혈압이 크게 떨어지는 사례가 있다”며 “더위에 두통이나 현기증이 잦아지거나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운 저혈압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약의 복용량이나 종류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뇨 환자도 마찬가지로 여름을 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더위에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면 저혈당이 생기는데 가볍게는 어지럼증이나 떨림, 심하면 혼수상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당뇨를 앓고 있다면 무엇보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갈증을 해소할 정도로 마셔야 혈당이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때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 운동은 기온이 높지 않은 아침이나 저녁에 할 것을 권한다.

여름철은 만성콩팥병을 앓는 이들에게도 괴로운 계절이다.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28.8℃를 기준으로 기온이 1℃ 높아질 때마다 콩팥 기능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23.3% 증가한다. 몸속에 적정한 수분량을 유지해야 하는데 땀을 많이 흘려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콩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든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만성 콩팥병 환자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콩팥 건강은 체내 수분과 전해질, 칼륨이 좌우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배설 기능이 저하된 탓에 몸속에 칼륨이 쌓인다.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 섭취는 피하고 채소를 먹을 때는 물에 데쳐 칼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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