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임진왜란 당시 노량해전에서 남긴 이 충무공의 말이다. 이 유언은 승정원일기와 류성룡의 징비록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적에게’라는 말은 실제로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유언을 남긴 사람이 또 있다.

몽골제국의 기틀을 다졌던 칭기즈 칸이다. 그는 서하 정복을 앞두고 낙마사고 끝에 병사하면서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적이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절대로 곡을 하거나 애도하지 말라.”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가 사망한 날짜가 1227년 8월 18일, 바로 어제였다.

몽골제국.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나라이다. 몽골제국의 영토는 최대 3,300만㎢에 이르러 유럽과 중근동을 지배했던 로마제국의 6.6배나 되었다고 한다.

고려는 칭기즈 칸 사후인 1231년에 첫 침공을 받은 후 1257년까지 몽골과 아홉 차례의 전쟁을 치른 끝에 결국은 패배하여 몽골의 간섭을 받은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삼별초의 대몽 항쟁과 같은 끈질긴 저항과 협상을 통해서 명목상으로는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경기도 강화 고려궁터, 용인 처인성, 제주도 항파두리 토성, 그리고 경상북도 상주 백화산성 등 우리나라 곳곳의 항몽 유적지는 몽골의 침략과 간섭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고 또 고려의 민중들이 얼마나 거세게 저항하였는지를 엿보게 해 준다.

전 세계를 말발굽 아래 초토화시켰던 몽골제국은 1271년 국호를 원으로 개칭한 후 100년도 되지 않은 1368년에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은 몽골이라는 이름만 겨우 이어받은, 러시아와 중국의 사이에 위치한 영토도 경제력도 미약한 나라로 쪼그라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여성 한복의 족두리, 신부의 뺨에 찍는 연지 등의 풍습과 ‘송골매, 보라매, 가라말, 조랑말, ~아치’ 등 몽골어의 흔적만을 남겨 놓았다.

몽골제국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을 만들어내었던 로마제국도 사라지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었던 대영제국도 찬란했던 빛을 잃어버린 오늘날, 코로나가 지구 전체를 휘감은 채 세계인을 위협하고 있다.

2020년 8월 18일 낮 3시 현재, 코로나는 2천2백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78만2천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며 세계 214국에 퍼져 있다. 가히 코로나제국이라고 할 만하다. 창칼과 총도 없고 기마대도 탱크도 비행기도 없는 코로나 군단은 조용히 그러나 세차게 전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 그 강하고 무서운 힘을 우리는 지금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다. 잦아드는가 했던 우리나라의 코로나도 최근 다시 확산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칭기즈 칸은 죽었지만, 코로나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로마제국과 몽골제국과 대영제국이 사그라든 것처럼, 14세기 유럽에서 1억 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간 흑사병(페스트)이 종식된 것처럼 결국에는 코로나제국도 사그라들 것이다. 그렇다고 피해를 빤히 바라보면서 사그라들 때까지 그냥 방치할 수는 없다.

방역 당국과 더불어 우리 국민들은 더 철저한 방역과 재난 극복의 노력에 동참하여야 한다. 지금은 함께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