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윤 천
너를 열고 싶은 곳에서, 너에게로 닿고 싶을 때
아무도 모르는 저 은밀한 해제의 지점에서
쇠 나비 한 마리가 방금 날개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그의 차가운 두 닢이 바스락거리기라도 하듯이
한번은 펼쳐주어야만, 나는 너에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너를 한번 열어, 너에게로 간다는 사실은
어딘지, 너 이전의 지점 같기도 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긴 날개의 쇠 나비 한 마리가
비로소 활짝 펼쳐 주었다는 일이다
사랑의 경계에는 한사코 쇠 나비 한 마리가
접은 날개의 기다림으로 깃들어 있었다는 뜻이다
시인은 100년 전 할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나비 모양의 쇠 경첩이 붙은 나무 문갑을 제재로 몇 대를 이어 내려오는 여인네들의 대물림 끈을 그려내고 있다. 성질이 다른 나무와 쇠의 만남이 조화롭게 그려져 있고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의 온기와 향기가 밴 문갑의 쇠 경첩을 표현하며 생을 관통하는 질긴 운명의 타래를 풀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