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와 방랑자’

민병일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인문·1만6천원

시인이자 산문가인 민병일이 ‘모든 세대를 위해’ 쓴 동화 ‘바오밥나무와 방랑자’(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그의 동화는 시적 영감으로 가득한 이야기와 반짝이는 사유의 문장들을 통해 꿈과 상상력을 잃어버린 현대인을 때로는 비판적으로, 때로는 따뜻한 위로의 시선으로 그려내며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그러나 잊히거나 상실한 것들, 그리하여 보이는 것 뒤에 숨어 있는 더 아름다운 것들을 다시금 불러낸다.

이 책에서 인격화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바오밥나무는 그 크기가 높이 20미터, 둘레 40미터에 이르며 하늘을 떠받치듯 우뚝 솟아 5천 년을 사는 신비한 나무로,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단하고 상처 입은 방랑자들, 깊은 절망에 빠져 고독하게 길 헤매는 방랑자들에게 수천 년을 살아오며 터득한 지혜를 건넴으로써 위로와 더불어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북돋는다.

또한 이 책에는 바오밥나무 외에도 동화적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진 여러 방랑자들이 등장한다. ‘유리병 속 꿈을 파는 방랑자’ ‘그림자를 찍는 사진사’ ‘순간 수집가’ 등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뿐만 아니라 ‘물구나무딱정벌레’ ‘양귀비꽃’ ‘무당벌레’ ‘달팽이’ 등 그 대상도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폭넓다.

저자 민병일은 자유로운 글쓰기와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을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끌지만, 그의 동화가 무엇보다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 고단한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름다운 은유로서 녹아 있기 때문이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24편의 글과 32점의 그림이 수록돼 있다.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한 저자는 동화에 그림을 직접 그려 넣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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