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폭우에 채솟값 ‘금값’
배추·호박·시금치·청양고추…
도내, 평시·작년보다 2배 예사
사과 등 과일류도 덩달아 껑충
신선도마저 떨어져 ‘설상가상’
전국적 추세에 추석 물가 비상

안동의 한 마트를 찾은 주부 권미숙(48·여)씨는 장을 보는 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렸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며칠 전과 비교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긴 장마로 인해 신선도가 떨어져 쉽게 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 씨는 “채소와 과일 가격이 지난달과 비교해서 너무 많이 올라 놀랐다”면서 “가격보다 품질도 떨어져 구매를 망설이다가 결국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로 인해 경북 도내 경작지 침수가 잇따르면서 채솟값을 중심으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긴 장마에 출하에 차질을 빚은 데다 도내에선 농산물 250㏊가 물에 잠기거나 묻혀 도매가격을 비롯해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도내에서는 평균 217.6㎜의 비가 내리면서 큰 피해가 났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경북 지역 농산물시장 등에 따르면 배추(특·10㎏) 평균도매가격은 전날 기준 1만8천1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74.1% 올랐고 전년 동기에 비해선 107.3%나 가격이 상승했다.

양배추(상품·8㎏)와 시금치(상품·4㎏)도 한 달 전보다 각각 75.1%와 102.6% 올랐다. 여름철 소비가 많은 상추류 가격도 폭등했다. 적·청상추(4㎏)가 지난달 3만원 초반 가량하던 것이 이달 들어 계속 상승하면서 5만원 후반대로 치솟았다. 얼갈이배추(상품·4㎏)는 한 달 전 8천732원에서 1만7천240원으로 1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애호박(20개)과 쥬키니(10㎏)의 경우 각각 1만5천430원, 1만2천390원 하던 것이 한 달 만에 4∼5배 이상 오른 6만9천420원과 6만6천8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밖에도 오이와 대파, 미나리, 깻잎 등도 2배가량 올랐다.

과일류 중에선 사과값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사과 10㎏ 도매가는 6만9천875원으로 전년 대비 106.7%가 뛰었다. 여름 제철 과일인 복숭아는 특등품 상품이 귀해지면서 10㎏ 상자의 도매가격이 4만원대를 보인다.

이 같은 상승분은 소매가격에도 반영됐다. 배추 한 포기에 한 달 전 4천원 하던 것이 6천원대로, 1천300원대였던 애호박 1개 가격이 2천700원대로 올랐다. 안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시금치(1㎏)는 1만7천300원으로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8천610원이었다. 일주일 전 660원 하던 청양고추(100g)는 두 배 이상 오른 1천650원이다.

문제는 최근의 신선식품 가격 급등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사과와 배 등 제수용 과일도 침수와 낙과 영향으로 공급량이 줄면서 추석 시즌까지 ‘금값’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폭우와 장마 영향으로 전국의 2천만 평에 달하는 농경지가 물에 잠긴 데다, 비바람으로 인한 낙과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농작물 침수·유실과 출하 차질이 길어지면 추석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장마 이후 불볕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각종 병해충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 채소와 과일값의 상승세가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시름도 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비가 워낙 많이 오다 보니 수확 자체를 못해서 수급 부족으로 시세가 오르는 부분도 있다”면서 “단 장마가 끝나고 고온기가 시작되면 탄저병 등 바이러스가 퍼질 우려가 있으므로 농가에선 이를 예방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힘 써 줄 것”을 당부했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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