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지난 7월 14일 한국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한국 대표 사학 연세대의 비리가 교육부 감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세대 송도캠퍼스 전 부총장의 딸과 연루된 대학원 입시비리를 비롯해 학사비리와 회계비리가 민낯을 제대로 드러냈다. 이른바 명문사학 연세대의 비리가 이 정도라면, 여타 사립대학은 어느 수준일까, 모골이 송연(悚然)할 지경이다. 이참에 한국의 고질적인 사립대학 문제를 심도 있게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한국은 대학교육을 내팽개침으로써 전국에 수많은 사립대학이 세워진다. 오늘날 대학생들의 80%가 사립대학에 재학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립대학의 원조라 불리는 미국의 두 배 수준이다. 국가는 사립학교법인 설립자가 사회에 재산을 환원한 것으로 생각하여 설립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과 사학 경영권을 보장했다. 하지만 설립자들은 대학을 이윤 창출의 도깨비방망이 혹은 화수분으로 생각하여 사학비리가 양산되었다.

사학비리가 창궐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70년 장구한 세월 이어진 부패의 구조화와 조직화가 문제다. 사학비리는 역사화-체계화되어 가보나 훈장처럼 대물림되고 있다. 둘째로 2005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이 개정한 사립학교법을 2007년 한나라당(미래통합당)이 개악(改惡)함으로써 사학의 효율적인 관리가 매우 부실하다. 셋째로 사학의 이해당사자들이 정계, 관계, 재계, 언론계, 종교계 등에 포진하여 부정부패 카르텔을 전방위적으로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립대학의 부정부패를 뿌리째 끊어내려면 국가가 주도하는 감사의 상설화가 절실하다. 그와 함께 사립대학을 건전하게 육성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여기서 출발한다. 사학을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의적절한 방안이 공영형 사립대학이기 때문이다.

공영형 사립대학이란 국가가 대학 운영비를 50% 이상 책임지는 대신에 이사진의 50% 이상을 공익이사로 구성하여 반(半) 국립처럼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영형 사립대학 제도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 포함된 사업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것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 대학서열 구도 완화,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해 논의 중인 대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 지났음에도 공영형 사립대학 제도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2018년에는 교육부가 요구한 812억 예산 전액을 기재부가, 2019년에는 87억 증액요구를 국회가 모두 삭감해버린 것이다. 올해는 교육부 주도로 상지대, 평택대, 조선대 등이 공영형 사립대학 연구에 돌입하였다. 기재부도 내년 예산안 확정 이전에 교육부와 예산편성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낭보(朗報)도 들려오고 있다. 3050클럽에 속한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위상과 미래기획을 위한 공영형 사립대학 제도 도입은 국가균형발전과 부합하는 좋은 방안이 아닐 수 없다.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대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