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정말 난리도 이런 난리는 없다. 말 그대로 현대판 삼재(三災)다. 전염병, 장마, 폭염! 더 이상 또 무엇이 있을까? 자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인간에게 무서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제발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인 개발을 멈추라고! 하지만 인간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이번 삼재는 분명 인재(人災)다. 코로나19 사태만 보더라도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바이러스가 사람을 전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이러스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사람이 오염시키고, 사람이 퍼트리고, 사람이 아파한다. 내 몸 안에서 바이러스를 다스리는 방법은 없을까? 면역(免疫)이라는 말은 대결이라는 사람의 본능에서 나온 사람 중심 용어이다. 사람의 면역력은 어디까지 사람을 지킬 수 있을까? 그래서 생각한다,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없다면 그들과 선의의 공생(共生)을 하면 어떨지!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람의 허락이 아닌 바이러스의 허락이 먼저다.

우리 생각은 우리 몸이 제일 잘 안다. 이는 우리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들도 우리 생각을 다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들을 괴멸하려고 하는데 생존 본능이 있는 한 그걸 알고도 그냥 당할 생명체는 없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더 발버둥 치는 것이며, 거기서 돌연변이와 같은 변종이 생긴다.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변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몸을 빌려 사는 자연은 우리와 대결할 생각이 없다. 말 그대로 자연주의는 공생주의다. 자연의 공생주의에 몽니를 부리는 것은 사람이다. 자연은 그것을 다 받아준다. 자연의 공생주의를 착각한 인간들만 더 파괴적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자가 치료 능력이 있는 자연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사람과의 진정한 공생을! 사람의 모습을 보면 바이러스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자연이 되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가 자연에 한 것처럼 똑같이 당할 수밖에 없다. 맞서려 하면 할수록 저항은 거세진다. 공생의 방법은 자연이 인간을 인정한 것처럼 우리도 바이러스를 인정하는 것이다.

2학기 교육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금 학교에서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를 생각한다. 온라인 개학은 더이상 교과 수업을 학교 안에서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온라인에는 학교보다 훨씬 더 알찬 교과 수업들이 많다. 굳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학교는 왜 있는 걸까? 이젠 학교의 존재 의미를 단순히 교과 수업에 두는 시대는 끝났다. 빅 데이터 시대에 검색만 하면 누구나 자신이 부족한 과목의 내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이것은 학교의 기능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학교는 앞으로 어떤 기능을 해야 할까?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까지 학교가 보여준 오류를 인정하고, 과감히 고쳐야 한다. 하지만 고집불통 학교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곧 시작할 2학기에 학교에는 새로운 것이 뭐가 있을까? 아이들의 순수한 미래를 학교가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그것은 분명 죄다. 그러기 위해 2학기 시작 전에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공생과 인정’을 위한 연수를 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