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미나씨가 촬영한 경주 기림사.

여고동창들과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지난 해 대상포진으로 고생한 친구의 제안으로 떠난 여행이다. 오래된 친구들은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였다. 휴식형과 체험형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휴식형만 운영하고 있었고, 가격은 성인기준으로 인당 5만원이었다. 삼시세끼가 포함되어 있어서 우리들은 담백한 절밥을 기대했다. 살가운 친구는 소풍가기 전 날인 듯, 간식꾸러미를 야무지게 챙겨왔다. 그 친구 정성을 까먹으며 도착한 기림사는 웅장하면서 기품이 있었고, 단아하면서도 아기자기했다. 보시로 들어오는 꽃과 화분을 심기 시작한 정원은 연꽃이 피기 시작해 더 기품 있는 사찰로 보였다.

새로 지어진 멋진 한옥건물에 방마다 개인화장실과 샤워실도 같이 있었고, 시원한 선풍기 한대와 소박한 탁자 하나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템플스테이용 옷은 파란색조끼와 하늘색바지로 여고 때 체육복색과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친구들과 함께 사찰을 둘러보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덧 저녁 식사시간이 다 되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공양실로 한걸음에 달려간 우리들을 보살님께서 아기보살이라며 따뜻하게 불러주었다. 보약 같은 저녁 공양 뒤, 큰스님과 함께 저녁예불을 드린 후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새벽, 사찰의 하루는 일찍 시작되었다. 예불은 새벽 4시반 이었는데, 전날 친구들과 폭풍수다로 우리는 오전 6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아침 공양 후, 용연폭포로 트레킹을 떠났다. 사찰에서 20분 거리로 평지라서 아이들과 걷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울창한 숲길을 걷다보면 ‘신문왕 호국행차길’이라는 표지판을 만나고 나서야 용연폭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산책로에서 만난 스님께서는 인생의 진리와 마음의 수양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친구들과 함께 마음공부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기림사를 기대하면서 템플스테이가 계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엄미나(포항시 북구 환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