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동안 성장세를 보여왔던 온라인중고물품거래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과 같이 신뢰성이 높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믿고 사고팔 수 있는 상호신뢰성의 확보문제를 먼저 해결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차량이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 /경북매일DB

최근 세계적으로 온라인 중고품 거래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유럽과 같이 산업화와 경제성장이 앞섰던 지역에서는 일반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던 오래된 물건 이른바 ‘중고물품’들이 지역마다 자연스레 생겨난 벼룩시장(flea market) 등에서 거래된 지 오래다. 그런 관계로 이들 지역 주민들은 오프라인 장터를 통해 남들이 입었던 헌 옷, 헌 가방이라고 꺼리기 보다는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물품을 누군가가 다시 소중하게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벼룩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거래 당사자를 만나 각자 물품에 담긴 에피소드를 말하거나 듣는 즐거운 힐링의 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처럼 역사성을 지니면서 명물이 된 벼룩시장은 유럽을 관광하는 여행객에게는 일부러 찾아가는 관광명소로 변화하기도 하였다.

반면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그와는 다소 다른 흐름을 탔다. 두 나라 모두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당시에는 국가 경제와 가계 경제가 동반 성장을 이루었다. 그 성장기의 주역이었던 베이비 붐 세대들은 가계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집, 새로운 자동차, 새로운 가구를 마련하는 것이 꿈이었다. 가계의 자산축적이 증가함에 따라 모두가 좀 더 좋은 새로운 주택, 신형 자동차, 신형 가전 등을 마련하는 것이 중산층에 진입하였음을 인증하는 것으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비슷한 사회현상을 겪는 과정에서 중고주택, 중고자동차, 중고가구 등의 거래도 점차 활성화되었지만 유럽에 비하면 그 역사가 길지는 않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지금처럼 신변잡화 등 개인들이 사용하였던 중고물품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의 체질전환이 주된 요인이다. 고도성장기의 일본과 우리나라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를 경험하였다. 국가나 지역 경제가 고도성장하는 단계에서는 과거 수요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기존 공급처의 생산시설이 완전가동상태라도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청년사회였고, 인구도 증가하는 사회였기에 신혼 가정, 출산에 따른 새로운 육아 환경이 필요한 양육가정 등이 증가하면서 각종 신혼살림 수요와 주택 수요, 그리고 자녀와 함께 이동하기 위한 큰 자동차의 필요성 등 신규 수요가 계속 창출되는 선순환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과거처럼 상대적 후진성을 무기로 선진국들이 닦아놓은 길을 이용하는 따라잡기만으로 성장이 가능하였던 시기는 지났다. 과거보다 더욱 많은 연구개발투자를 하더라도 신기술, 신제품의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유효기간은 중국, 베트남 등 신흥개도국의 따라잡기로 인해 계속 단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인구사회구조도 고령화되고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상속시장도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과거 부모세대가 애지중지하면서 볼 때마다 과거의 추억을 연상시켜주었던 감성의 중고물품들이 그 자녀세대들의 눈에는 그저 오래된, 쓸모없는, 부모들 시대의 아날로그형 옛날물건에 불과하고 지금은 더욱 새롭고 좋은 디지털시대이기에 그저 생활공간만 차지하는 불필요한 물건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자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유럽이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중고품 거래시장이 자연스레 형성되기 시작한 셈이다. 게다가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전국은 물론 전 세계로도 연결되는 인터넷 시대여서 중고품 거래시장이 온라인세상으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중국에서도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의 벼룩시장보다는 바이두(百度) 등을 통해 중고물품거래 플랫폼을 검색하는 주목도가 급상승하고 관련 사이트의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경제도 고도성장기에서 중저속 성장기로 이행하는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를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2019년도 중국 중고전자상거래 발전보고’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 중고품 거래의 주요 이용자는 18세부터 34세의 청년층이고, 그 가운데 31.0%가 독신이며, 남녀 구성비는 4:6으로 고른 분포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중고시장 이용자 관찰보고’에서는 중국인의 중고품 거래 수용도가 최근 2년간 급성장하였는데 응답자 70% 이상이 주 1~2회는 중고품 거래를 한다고 응답하였고 90%는 향후 1년 이내에 중고품 거래예정이라 응답하였다. 최근 인민일보 인터넷판에서는 이와 같은 온라인 중고물품거래시장을 통해 개인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단순히 물건의 판매만이 아니라 그 거래를 계기로 새로운 동호회 활동이나 취미활동에 유용한 자료나 물품들을 주고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2018년 개인과 개인 간의 중고품 거래를 온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시장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메르카리(mercari)가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신주발행일 첫날 메르카리의 주가는 77%나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6천878억 엔(약 7조 7천465억 원)을 넘어섰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에는 100년 이내의 물건이라 하더라도 앤티크(antique)로 분류하며 귀중하게 여긴다. 이와 같은 골동시장을 제외한 미국의 개인 간 중고물품 거래시장의 규모는 무려 약 337조 8천8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계, 가방과 같은 고가의 중고 명품전문 사이트인 더리얼리얼(therealreal.com)은 상장 첫날 주가가 44.5%나 상승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시장투자가들도 온라인 중고품 거래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와는 다소 다른 것이 유감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선진국답게 인터넷을 통한 거래사이트가 출범한 역사는 짧지 않다. 중고 자동차, 중고 서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온라인중고거래 사이트가 태어나고 또 사라졌다. 포털이나 옥션 등이 운영하는 중고거래사이트까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태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중고물품거래에서 해당 플랫폼들이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사례처럼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정도로 높은 신뢰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중고거래 그중에서도 직접 물품을 보지 않고 화면이나 동영상만을 보고 판매자가 설명한 그대로의 물품이 제대로 배달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은 온라인 중고거래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비접촉에서도 믿을 수 있는 상호 신뢰성부터 확보해야만 한다. 단지 사이트 운영자가 회원가입 과정을 통해 개인 대 개인의 거래플랫폼을 제공할 뿐 거래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을 공시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소한의 신뢰성을 갖춘 온라인거래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이용자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거래 당사자 모두 실명인증부터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면 해당 사이트에서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보증금 예치제도, 거래조건과 무관한 구매자의 거래 취소에 대해서는 노쇼 페널티와 유사한 벌과금부여 등 플랫폼운영자들이 책임지고 오프라인거래시장에서 가능한 부분들을 최대한 확충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