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 지킴랩 기업탐정본부장 전 경북지방경찰청장
박화진
지킴랩 기업탐정본부장
전 경북지방경찰청장

추억을 소환해 본다. 70년대 중반 사회적 오락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TV가 서민들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해줬다. 곱슬머리에 후줄근한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내가 한쪽 눈을 찡그린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에게 질문을 툭툭 던지며 범행 전모를 명쾌하게 밝혀나간다. 미국 범죄수사 드라마 ‘형사 콜롬보’가 우리를 TV 수상기 앞으로 불러들였다. 어눌하지만 상대방의 신경을 자극하는 한국 성우의 더빙 목소리가 콜롬보 형사의 대명사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한국 수사드라마 ‘수사반장’이 일반적인 범죄자들의 이야기라면 ‘형사 콜롬보’는 사회적 저명인사, 상류층 등 성공한 사람들의 살인범죄 행각을 밝힌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의 서민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줬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콜롬보 형사의 끈기와 추리능력에 감탄했다.

그의 펌 머리와 트렌치코트 유행을 한 몫 하게 만들었다. 용의자와 자연스런 대화를 이끌며 범죄 혐의점을 찾아간다. 심리적 신경전을 벌이다가 마치 당신은 아닌 것 같다는듯 돌아서다가 툭 던지듯 송곳 질문을 한다.

범인의 지능적인 증거인멸과 증거조작 행위에 가슴 철렁할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인다. 형사 콜롬보는 민완형사를 꿈꾸는 경찰지망생들의 로망이었다.

사냥용 모자, 파이프 담배, 돋보기를 든 사내. 범죄를 추리해나가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 1890년대 후반 소설가 코난 도일이 낳은 추리소설의 등장인물. 런던 출신의 탐정 대명사 셜록 홈즈다. 주변 환경과 타인의 인상착의를 관찰하여 그 사람의 내력까지 추리해내는 프로파일링의 원조, 준 프로급의 권투실력과 괴력, 걸어 다니는 범죄학 사전, 변장술과 연기력이 뛰어난 그는 범죄사냥꾼의 전형이다. 가끔 사건해결을 위해 불법행위도 불사하는 또 다른 탐정의 모습을 보인다. 학창시절, 흥미진진한 추리전개를 끊지 못해 수업시간 책상 밑에서 침을 발라 책장을 넘기다가 혼이 나기도 했던 흑백사진 같은 추억 속 주인공이다. 법 개정으로 그동안 금지된 탐정이란 직업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수사업무 경력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게 되었다며 흥분감이 감돈다. 미행, 도청, 사생활 침해의 폐해도 우려되는 현실. 감독관청의 체계적인 관리와 같은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그간 경찰 등 국가기관에게서 부족했던 문제들을 민간영역에서 보완해줄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된다면 국민들의 성마른 갈증을 풀어줄 것 같다. 국가적으로도 전문적 인적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셜록 홈즈의 능력이 부럽지만 그가 가끔씩 목적달성을 위해 탈법을 슬쩍 이용한 것이 뒷머리로 손이 올라가게 만든다. 그래도 형사 콜롬보가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잠시라도 태업한다면 셜록 홈즈라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 범죄 피해자의 심정일 것이다. 콜롬보와 셜록 홈즈의 협업과 공유를 기대해본다. 최고의 케미(조합)가 되었으면 한다.

“ 아! 그런데…. 홈즈 선배가 잘 하겠지요?”

콜롬보가 대화 말미에 이런 말을 던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