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의미심장한 작심 발언을 내놓아 파장이 예상된다. 윤 총장은 3일 신임검사 신고식 자리를 빌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비판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에 이른 정치권과 사법부의 드잡이 다툼 속에서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윤 총장은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며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 총장의 이날 고강도 발언은 자리를 꿋꿋이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굳이 윤 총장의 발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일어나는 정치 사회적 현상은 도무지 순리적이지 않다.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의혹과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팀을 인사 학살해 공중 분해했다. 민주주의 근본인 선거제도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대통령 친위대 위험성이 여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어 헌법기관인 법원과 검찰 사찰을 서두르고 있다.

국회를 ‘통법부(通法府)’로 전락시켜 국민 삶과 직결되는 법안들은 야당에 내용도 보여주지 않은 채 속속 통과시키고 있다. 검찰만 하더라도 수상쩍은 특정 사건 수사를 놓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권력 비리 의혹 사건 수사는 대부분 중단돼 ‘개점휴업’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독재와 전체주의를 강력비판한 검찰총장의 격정 토로가 불러올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 ‘적폐청산’ 광풍 한복판에서 윤석열 총장이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일을 생각하면 작금의 상황은 영락없이 ‘토사구팽(兎死狗烹)’ 형국이다. 그의 바람처럼 검사들이 애국심을 발휘해 최전선에서 ‘진짜 민주주의’를 사수해주기를 기대한다. 이 나라 민주주의가 누란의 위기에 다다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