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강수량 150㎜ 늘고
기온은 2.3도나 낮아져 버려
벼도열병·탄저병 등 확산 우려
道농기원 긴급방제비 14억 투입

상주지역 탄저병에 걸린 고추. /상주시 제공

긴 장마로 벼 잎도열병 등 각종 병해충이 창궐하면서 경북 시·군마다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4일 경북 농기원에 따르면 올해 7월은 유난히 장마 기간이 길고 지난해에 비해 150㎜이상 증가한 강수량과 2.3도 낮아진 기온으로 벼에서 잎도열병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 면적은 이날 기준 도내 벼 재배면적 11만9천ha의 10만6천ha(89%)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벼 잎도열병은 지난해보다 15일 이상 빠르고 면적도 2~3배나 되고 있다.

긴급방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삭도열병으로 이어져 벼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매년 발생하는 벼 먹노린재는 친환경 농업지역을 중심으로 밀도가 예년보다 높다.

밭작물인 고추에도 탄저병과 세균점무늬병이 발생하고 있어 철저하고 세심한 방제가 요구되고 있다. 세균점무늬병은 고추 잎에 흑갈색 둥근 반점이 나타나고, 병반 주위로 노란색 테두리가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경북 농기원은 “올해 기상상황이 낮은 기온과 많은 강수량으로 큰 농작물 피해를 입었던 2003년 7월과 매우 유사하다”며 “병해충이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14억 원의 긴급 방제비를 시·군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벼 도열병, 사과 갈색무늬병·탄저병, 복숭아 세균구멍병, 고추 탄저병 등 각종 병해충 발생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농업인들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했다.

경북 농기원은 벼 잎도열병 발생 경보를 발표했다.

△상주시 고추 탄저병 등 피해 확산

상주시농업기술센터(소장 손상돈)는 4일 장마 후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고추 탄저병, 담배나방 등 병해충이 발생해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철저한 방제를 당부했다.

상주시의 경우 7월 중 비온 날이 한 달 전체 일수의 67.7%인 21일에 달했다. 이에 따라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탄저병이 많이 발생했다. 탄저병은 여름철 장마기 분생포자가 주로 비바람에 의해 전파된다. 탄저병에 걸리면 초기에 연한 갈색의 작은 반점이 생기다가 후기엔 움푹 들어간 원형의 병반이 나타난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병해충 피해를 줄이고 고추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기 방제가 매우 중요한 만큼 예찰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방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약제를 사용할 때도 농약 사용 지침을 준수하면서 반드시 등록된 적용 약제를 사용하고, 이미 병에 걸렸을 경우 즉시 감염된 고추를 제거해 정상적인 고추에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주시에는 4천121농가가 417ha의 고추를 재배하고 있으며, 건고추 기준 695t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동 풍천면 190ha 벼 도열병 등 긴급방제

안동에서는 풍천면 일부 벼 재배단지에서 도열병이 발생해 인근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다. 이에 따라 안동시 농업기술센터(소장 류종숙)와 경북농업기술원(원장 최기연)은 3일 풍천면 구담리 단지에서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도열병 긴급방제를 실시했다. 방제는 풍속이 약한 오전 5시 30분 ~ 10시 30분, 오후 4시 ~ 7시 사이에 이뤄졌다.

이번 공동방제는 도열병 피해가 발생한 풍천면 광덕2리, 하회2리, 구담리의 농경지 190ha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도열병뿐만 아니라 잎집무늬마름병, 세균성벼알마음병, 먹노린재 등에 대한 방제도 동시에 이뤄졌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잎도열병은 주로 6월 하순부터 발생해 출수기 전후로 이삭도열병으로 이어지는데 올해는 장마기 비가 자주오고 전반적으로 기온이 낮게 형성돼 도열병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지속되고 있어 방제를 소홀히 할 경우 도열병 확산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조기에 잎도열병을 방제하지 않을 경우 이삭도열병으로 전이돼 벼 수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벼 재배농가들이 방제에 더욱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영양군 고추 병해충 증가 우려… 담배나방 등 발생도

영양군은 길어진 장마로 인해 고추 병해충이 급격히 증가할 우려가 크다며 철저한 방제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장마로 인해 고온 다습한 기후가 계속되면 높은 습도에 약한 고추는 탄저병, 역병, 해충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병은 모두 균에 의한 질병으로 물을 좋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장마철 물에 의한 전염이 특히 높은 이유다. 담배나방, 총채벌레는 7~8월에 집중 발생한다. 이러한 병해충은 예방적 방제살포가 중요해 장마철 비가 오기 전 고추밭에 예방적 방제를 하거나, 비가 온 뒤라도 약제를 살포해야 한다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권영석 농업축산과장은 “전국 제일 명품고추 명성 유지는 물론 농가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방제가 필요하다”며 “고품질 고추 생산량 확보와 농가소득 증대에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천시 잎도열병 급속도 확산

영천시에는 잎색이 짙은 논과 댐 주변 및 산간지 논에서 급성 ‘잎도열병’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도열병은 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병으로 저온 다습한 환경과 낮은 일조량에서 많이 발생하며, 어린 잎, 줄기, 이삭목에도 발생한다. 도열병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고, 병이 발생하기 전 예방차원에서 등록약제를 살포해야 한다. 살포할 때는 도열병뿐만 아니라 잎집무늬마름병, 먹노린재 등 다른 병해충 약제도 같이 살포해주는 것이 좋다. 또 질소질 비료의 과용을 피하고, 논으로 찬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년 병 발생이 심한 지역에서는 저항성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비가 그친 뒤에 예방방제를 해 주고 도열병이 발생한 필지에는 적용약제를 살포해 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기연 경북도농업기술원장은 “올해 장마가 유난히 길어 벼 도열병 등 각종 병해충 발생 및 확산이 예상된다”며 “병해충 무인항공 119방제단 24곳과 ‘청년 농업인 드론 병해충 연합방제단’ 8곳을 최대한 활용해 적기에 병해충을 방제하겠다”고 밝혔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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