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씨가 친구들과 강원도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 포즈를 취했다.

달은 얼마만큼의 거리에서 우리를 비추이는 걸까요?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벤치에 앉았습니다. 빠듯한 일 박 이일의 번개 팅의 일정을 마치는 즈음이었습니다. 마지막 휴게소에서 몸속의 뜨거워진 것들을 비우고 숨 가빴던 하루를 식히던 참이었습니다. 우연히 달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피곤한 줄 모르고 헤매며 다니던 우리들을 향해 그 달이 계속 따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달도 바다를 향해 섰고 희미하게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느라 지친 몸을 식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날은 첫 출사 수업 날이라 빠질 수도 없는 날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수목원까지 와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려 납치하듯 나를 태우고 떠났습니다. 문득문득 서로의 시간이 맞아떨어지는 날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수시로 뭉치게 됩니다. 요지는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그러니까 그나마 내 의지로 다닐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다니자 주의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떠난 소중한 추억여행이었습니다. 무섬마을, 부석사, 소수서원, 평창의 육백 마지기 샤스타데이지, 바위공원 등에서 추억을 담고, 곳곳에 우리의 수다와 웃음을 뿌렸습니다.

구름사이로 달빛이 스미는 소리가 들립니다. 달은 저장된 기억만큼이나 멀리에 있는 것 같지만 언제나 그만큼의 거리에서 그만큼의 간격을 두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창에서 그것도 고지대 청옥산 육백마지기 언덕 베기에서 샤스타데이지를 조용히 숨어서 바라보던 희미한 달이었습니다. 친구들 함박웃음으로 구름을 쫓아내던 달, 우리들의 우정으로 평창의 친구는 앓고 있던 대상포진을 잠시나마 잊고 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7번 국도를 따라 정동진, 삼척, 죽변, 장사, 달은 우리와 동행을 했다가 또 앞에서 끌어주다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뒤에서 바라보았습니다. 평창에서 빛나던 달은 포항으로 왔다가 다시 경주로 따라갔습니다. 아마도 지금쯤은 평창의 내 아름다운 친구 부부를 지켜주고 있을 것입니다. 친구는 달 같은 사랑입니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달그림자가 마음 든든합니다. 달은 해마다 3.8센티씩 멀어진다고 합니다. 나이 들어 갈수록 친구와의 우정은 해마다 3.8센티씩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김은희(포항시 남구 대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