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일을 다 망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서보지만 허망할 뿐이라는 뜻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나 망양보뢰(亡羊補牢)도 같은 표현이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망양보뢰는 “양을 잃고 나서야 우리를 고친다”는 말이다.

원래 이 말은 양은 우리에 모아 기르기 때문에 한 마리의 양이 달아난 뒤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긍정적 뜻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죽은 뒤에 청심환 찾는다” “늦은 밥 먹고 파장 찾는다” 등의 우리 속담이나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비온 후 우산 보낸다는 우후송산(雨後送傘)도 사후약방문과 비슷한 말이다.

인생 살면서 사후약방문 한두 번 경험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나. 그러나 경계를 직업으로 하는 군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경우가 다르다. 군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으나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경계의 중요성을 아주 간명하게 표현한 말이다.

1941년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한다. 일본의 기습공격으로 미국은 그들이 자랑하는 태평양 함대 소속 배 12척이 침몰되고 100여대의 비행기가 부서지는 치욕스런 참패를 당한다. 수십만 명의 인명피해를 낸 6·25전쟁도 북한군의 기습으로 일어난 전쟁이다. 군 경계의 실패는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2012년 우리 군은 ‘노크귀순’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경험이 있다. 북한군이 우리 경계부대의 내무반 문을 두드려 귀순의사를 밝힌 사건이다. 탈북민의 월북 사건으로 군당국이 해당 지휘관을 보직 해임하는 등 소란을 떨었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또다른 사후약방문으로 비쳐질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