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화 필생의 역작이자 유작
50여 년간 연구한 ‘동학농민혁명’
계기 재평가… 질곡의 역사 기록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  이이화 지음·교유서가 펴냄역사·1·2·3권 4만7천원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 이이화 지음·교유서가 펴냄역사·1·2·3권 4만7천원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교유서가·전3권)는 지난 3월 타계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유작이자 50여 년 연구를 집대성한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책은 19세기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계기부터 21세기 동학농민혁명이 재평가 받기까지 120여 년이 넘는 질곡의 역사를 기록했다.

역사 대중화를 위해 힘썼던 이 선생은 평생에 걸쳐 동학농민혁명 연구에 매진했다. 그 혁명이 한국 근대사를 밝히는 상징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19세기를 민란의 시대라 부를 만큼 끊임없이 이어진 민중 봉기는 인간 평등을 추구하고 자주 국가를 건설하려는 민초들의 저항운동이었다. 이런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이후 3·1혁명, 반독재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고 근래의 촛불혁명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이에 선생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 혁명의 민족사적 의의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19세기 말 조선을 뜨겁게 달궜던 농민들의 처절한 저항적 민족주의 정신을 전한다. 그러면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재조명한다.

선생은 단순히 사료를 바탕으로 동학농민군이 치열하게 싸웠던 현장 답사는 물론, 동학농민군 후손들과 현지인들의 증언을 수집해 철저히 고증했다. 그뿐 아니라 조선 관료들의 기록과 일본의 기록물까지 샅샅이 훑으며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총정리했다. 또한 민초들의 함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200여 장의 자료 사진과 현장 사진도 곁들여 동학농민혁명 전개과정을 한눈에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선생은 동학농민혁명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혁명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역사의 재해석’ 과정까지 담았다.

역사학자 고(故) 이이화 선생.
역사학자 고(故) 이이화 선생.

이 책은 총 3권으로 구성됐다. 온갖 적폐와 삼정의 문란으로 농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조선시대 경제의 근간이었던 농민층까지 저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과정과 그와 관련된 사건을 살펴봤다. 제1권에는 민란이 일어난 19세기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함께 최제우가 창시한 동학의 전파, 농민과의 결합과정을 담았다. 2권에는 일본이 농민군의 봉기를 빌미로 조선에 진출해 개화 정권을 수립한 뒤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농민군 섬멸작전에 나선 과정을 실었다. 마지막 3권에서는 전봉준 등 혁명 지도자들이 일본 영사경찰과 권설재판소의 문초를 받고 처형된 과정을 서술하고 그들의 죽음과 항일의병이나 3·1혁명 가담과정과 더불어 198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된 역사적 재평가 작업 등을 두루 전한다. 그리고 동학농민군이 직접 작성해 발표하고 전달한 관련 문서들을 모아 말미에 부록으로 정리했다.

꾸준하고 왕성한 연구와 집필 활동으로 역사 대중화를 이끈 원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1936년 대구에서 주역 대가인 야산 이달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비록 대학에서 사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철저한 고증 작업을 바탕으로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역사를 서술해 역사학의 높은 장벽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계간지 ‘역사비평’을 펴내는 역사문제연구소 창립에도 관여했다. 제2대 연구소장을 지냈고,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허균의 생각’, ‘한국사 이야기’(전 22권), ‘역사 속의 한국 불교’, ‘한국의 파벌’, ‘전봉준 혁명의 기록’, ‘이이화의 한 권으로 읽는 한국사’등 1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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