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얼마전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만난 의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의대생들은 대학과 상관없이 모두 똑똑하다는 소문대로 갓 의대를 졸업했지만 너무 총명하고 친절하여 수술 전후 너무 믿음직스러웠다.

그런 경험은 또 있다. 몇 해 전 아들아이가 미국유학 중 갑자기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하고 이후 장협착으로 재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의사들의 민첩성과 총명성은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너무도 믿음이 가는 의사들이었다. 미국도 의대생들의 수준이 아주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의대생의 실력은 대학을 막론하고 최상위권 대학의 실력과 맞먹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포항에 의과대학을 세우는 일이 다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경북지역은 전국 평균 의사 수가 서울의 50%, 대구의 70%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포항에 의대를 설립하는 일은 시급한 것이고 포스텍이 설립된 30여 년 전부터 여러 차례 논의되었던 문제이다.

경북지역 의대는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가 유일할 뿐이다. 경북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1.34명으로 거의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물론, 상급종합병원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경북 코로나19 중증환자는 전국 병원을 방랑자처럼 떠돌아야 했다.

경북지역에 의과대학 신설이 간절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최근 포항의 김병욱 국회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방사광가속기 등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예로 들며 “포항이 연구중심 의대 설립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타미플루 백신을 개발한 곳이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스탠퍼드대학이다. 필자가 경험한 스탠퍼드의 방사광 가속기는 특히 메디컬 분야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구조 보고·논문의 70∼80%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바이오메디컬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포항에 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매우 시기 적절해 보인다. 또한 포항에는 포스텍을 비롯해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10여 개 이상의 연구소가 운영 중이고 최근 국내 굴지의 제약사가 스마트헬스케어 인프라 구축 대규모 투자 협약을 맺었다. 이는 포항이 왜 신설 의대의 적절한 장소 인지를 보여준다. 포스텍은 의대 유치를 하는 경우 상급종합병원 설립에 나설 의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은 대학, 연구소, 기업 등과 연계한 연구중심의과대학 설립이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

포스텍은 정부가 할당한 정원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정원을 채우는 정도 또는 약간의 확대로 충분히 의대 설립이 가능하다. 포항에 의대 설립은 포스텍 만의 문제가 아니라 위에 언급하였듯이 포스텍, 포항시, 포항 지역사회의 시급한 과제이다. 그리고 경북 전체지역, 아니 나아가서는 한국 전체 의료부족을 해결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포항의 발전은 한국 지역 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되어 왔다. 포스코의 등장으로 산업화 분산, 포스텍으로 엘리트 대학의 지역 분산 등을 실천하였다.

이제 의과대학 신설로 의료서비스의 지역 균형발전을 꾀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