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통신

이웃집 마당을 지나가는 여우, 먹이사냥을 나왔다.

요즘은 아침 일찍 걷기 운동을 한다. 반환지점에서 다시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여우를 만났다. 캐나다 토론토 시내에서는 흔한 일이다. 허리는 길고 빼빼하게 생겼다. 하기야 살찐 여우를 본 일은 없다. 언제인가 골프장에서 여우를 두세 번 본 것 외에는 보지 못했다. 그랬는데 오늘은 동네 안에서 여우를 만난 것이다. 동네 안에서 여우를 만나기는 처음이다. 의외였다. 마침 주위에 걷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여우와 나밖에 없었다. 내가 일부러 여우를 쫓는 척 하면서 뛰어서 가까이 갔다. 그러나 그 놈은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롭게 살살 도망을 갔다. 계속 따라갔다. 그랬더니 그놈은 얼른 길을 건너서 다른 집 방향으로 갔다. 나는 여우가 간 그 집 앞뜰을 유심히 보았다.

그러는 사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다람쥐 한 마리와 작은 토끼 한 마리가 쏜살같이 길을 건너 도망을 쳤다. 그 뒤를 여우가 따라가고 있었다. 토끼는 멀리 도망가고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람쥐는 길을 건너 계속 도망가지 않고 땅을 뒤지고 있었다. 어느 사이 여우가 다람쥐를 물었다. 나는 다시 여우를 쫓아갔다. 그놈은 잡은 다람쥐를 입에 물고 여유 있게 길을 건너 어느 집 뜰 앞에 갔다. 입에 물었던 다람쥐를 한두 번 더 물었다 놓았다. 그 사이 다람쥐는 죽은 것 같았다.

내가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내손에 폰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이때 새총이라도 있었으면 저 여우놈을 향해 쏠 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하면 여우는 지금 아침식사를 준비를 잘하고 있는데 잘못하면 내가 방해꾼이 되는 셈이었다. 이른 아침에 여우가 나타난 것은 그 놈도 아침에 일어나 배가 고프니까 아침거리를 장만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이곳은 널려있는 것이 다람쥐다. 약육강식, 다람쥐는 결국 여우나 코요테 같은 짐승의 밥이 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김용출(캐나다 토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