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뱀이다.”

“아~악~악 뱀, 뱀이다.

뱀을 봤을 때 당신의 반응은 어디에 속합니까?

첫 번째는 우리 아들 친구들이 집에서 키우는 도마뱀을 봤을 때의 반응이라면 그 다음은 누구인지 알 수 있겠죠?

우리 집에는 너무 작아서 성별을 알 수 없는 레오와 에드라는 도마뱀이 있다.

처음에 작은 아들이 도마뱀을 키우고 싶다고 했을 때 식구 모두가 반대했다. 더욱이 육십갑자를 코앞에 두고있는 아빠의 반대가 심했지만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고 마는 우리 아들의 집요하고 뱀같이 영리한 꾀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고 말았다.

키우게만 해 주면 모든 것을 책임지기로 하고 레오와의 동거가 작년 추석부터 시작되었다.

레오는 우리 아들의 예절 선생님이기도 하다, 사육통을 조금만 건드려도 “레오야, 미안해.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하며 최상의 공손함으로 다가간다. 엄마, 아빠에게는 반말 왕자님인 우리 아들 가장 작은 자를 지극히 높게 대접해야 된다고 하면서 우리 집에서 자기가 제일 높다고 하더니 이제는 더 높은 놈이 생겼다. 레오가 허물벗기를 반복하던 어느날 우리 아들은 희귀동물 수입업자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도마뱀을 한 마리 더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전교 남부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조건으로 에드를 샀다.

내 돈으로 산 레오와 에드를 1살 많은 형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 형을 마음대로 부려 먹는다.

예상 문제를 주고 테스트를 해서 1개 틀리면 1급, 2개 틀리면 2급이라는 엄격한 잣대로 회장 직인 찍은 자격증도 발행했다. 레오와 에드의 교육에도 열정적이다.“혀 낼름” 하고는 혀 내밀어서 먹이를 먹으면 “잘 했어” 하고 먹이를 준다. 그리고는 뿌듯해 하며 아빠미소로 바라본다.

또 하나의 가족이 된 레오와 에드.

그 애들의 수명이 25년이나 된다고 하니 어쩌면 엄마, 아빠보다 더 오래 우리 아들 곁을 지켜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효선(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