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등록금 의존율·과도한 누적적립금
대학교육연구소 보고서
등록금 반환 요구 근본적 배경
재정 운용 비합리성·불투명성
수익자부담 원칙에 있다고 판단
“법·제도 개선책 마련 계기돼야"

코로나19로 정부와 대학, 대학생 사이에서 등록금 환불과 관련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근본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24일 대학교육연구소의 ‘코로나19로 돌아보는 사립대학 재정,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는 등록금 환불에 대한 이야기와 동시에 사립대 재정과 운용 방식 등에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계기는 코로나19였지만, 높은 등록금 의존율, 그럼에도 충분치 않은 교육여건, 과도한 누적적립금 등이 사립대학 재정의 오랜 문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등록금 환불 요구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대학 재정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겨온 국가에서만 제기되고, 유럽 등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의 근본적 배경에 △수익자부담원칙 △재정 운용의 비합리성과 불투명성에 있다고 판단했다.

수익자부담원칙은 교육을 서비스, 대학을 공급자, 학생을 수요자로 간주하고, 교육서비스의 효용을 얻는 학생이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비용, 즉 등록금은 교육서비스의 질에 따라 결정되는 이 논리에 따르면 등록금 책정 당시 약속한 교육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등록금 일부를 환불해달라는 학생들의 주장은 전혀 이상하지 않는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더불어 대학은 학생들에게 고액 등록금을 징수하면서도 질 낮은 교육을 제공하고, 회계를 불투명하게 운영해왔다고 보고서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학생들이 대학을 불신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힌 보고서는 “그간 대학이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에서 구성원과 충분한 소통을 해왔다면 현재와 같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서술했다. 재정이 어렵다면서 꾸준히 적립금을 쌓아온 것 역시 대학을 향한 불신의 이유라고 꼬집었다.

정부 역시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고서는 꼽았다.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부라고 지목한 보고서는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떠넘겼고, 경제 성장 이후에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고등교육에도 전면화하며 공공성은 약화하고, 수익자부담원칙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정책이 85%에 달하는 사립대학 비율과 고액 등록금이라는, 대학을 직접 운영하거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책임지는 OECD 국가 대부분 과 대조되는, 비정상적인 체계를 만들게 됐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고등교육을 책임지지 않았던 정부가 그동안 ‘대학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사립대학 재정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교육여건은 충분한지 등에 대해 엄격한 잣대 또한 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대학과 정부의 무책임이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1학기 내내 지속됐음에도 빠른 해결이 어려웠던 이유라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등록금 환불)논란은 고등교육 공공성 확대를 위한 법,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재정 운용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대하고, 교육의 질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은 학생과의 불신을 줄여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도 법, 제도적 장치로 이러한 노력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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