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는 여행, 운수, 숙박, 이벤트업체 등이 도쿄올림픽의 연기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음에 따라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수요환기 대책의 일환으로 이른바 ‘여행가기’, ‘먹으러가기’, ‘이벤트가기’로 이뤄진 ‘Go To 캠페인’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 국민의 생명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경주시 황리단길이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 DB
최근 일본 정부는 여행, 운수, 숙박, 이벤트업체 등이 도쿄올림픽의 연기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음에 따라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수요환기 대책의 일환으로 이른바 ‘여행가기’, ‘먹으러가기’, ‘이벤트가기’로 이뤄진 ‘Go To 캠페인’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 국민의 생명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경주시 황리단길이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 DB

최근 일본이 들썩이고 있다.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8월 상순경부터 실시하려던 ‘~하러 가기(Go To) 캠페인(이하 ‘캠페인’)’을 오히려 지난 22일부터 앞당겨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캠페인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회복 대책의 일환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의 연기와 국내 감염자 증가로 큰 타격을 입은 여행, 운수, 숙박 및 이벤트 관련 업종에 대한 수요 환기가 주요 목적이다.

이 캠페인은 크게 ‘여행 가기(go to travel)’, ‘먹으러 가기(go to eat)’, ‘(행사나 축제 등) 이벤트 가기(go to event)’의 세 사업으로 구성된다.

처음에는 이 세 사업을 동시 추진하려 했으나 여러 문제가 얽히고 여행업계의 요청도 있어 ‘여행가기’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일본 국내 유동인구의 흐름을 만들어 관광, 운수업, 음식업, 이벤트업, 엔터테인먼트업 등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피폐해진 각 지역의 경제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의도다.

8월 상순께부터 시행 예정이던 이 캠페인을 앞당긴 것도 올림픽 연기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 정부는 올해만 한시적으로 도쿄올림픽 개막에 맞춰 7월 23일부터 이어지는 4일 연휴를 만들었다. 7월 셋째 주 월요일(7월 20일)인 ‘바다의 날’을 올해만 7월 23일로 옮긴 다음 1964년 도쿄올림픽 개막일(10월 10일)을 기념해 제정된 ‘체육의 날’(10월 둘째 주 월요일)도 올해 올림픽 개막일(7월 24일)로 옮기며 ‘스포츠의 날’로 이름까지 바꿨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 연휴만 남았다. 7월 24일 개막됐을 도쿄올림픽 개막일을 포함한 연휴를 이용할 계획이었던 국내 여행수요를 활용할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일본 정부도 이번 캠페인의 여행비보조 대상 지역에서 도쿄를 긴급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도쿄를 제외하는 결정 직전까지 1주일 동안 도쿄의 누적 확진자가 무려 1천216명으로 치솟아 전국 각 지자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이번 캠페인을 위해 마련한 추경예산은 1조6천794억 엔(원화 환산 약 18조7천253억 원 상당)에 달한다. 그중 약 1조1천억 엔은 여행금액의 최대 절반 상당액을 지원하는 ‘여행 가기’에, 나머지 예산은 여행지 음식점 식사비의 20% 상당액을 지원하는 ‘먹으러 가기’와 각종 이벤트 등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비용의 20%를 지원하는 ‘이벤트 가기’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여행가기’를 제외한 두 개 사업은 민간 위탁기관을 공모(또는 공모 예정)하여 시행할 예정이다. 당장은 22일부터 출발하는 국내 여행객에게 여행비용 반액을 지원하는 사업부터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다. 1인당 1박 2만 엔을 상한(당일치기 여행은 최대 1만 엔)으로 지원액의 70%는 여행 대금 할인에, 30%는 여행지에서 지역 특산품이나 선물 구입 등 여행 동안에만 사용 가능한 ‘지역공통상품권’으로 충당된다. 지역공통 상품권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여 9월 이후에나 지급할 수 있어 그때까지는 여행 대금 할인 지원금 혜택만 받을 수 있다. 이번 캠페인에는 1인당 숙박횟수나 이용횟수에 제한이 없다. 한편 JR동일본도 이러한 분위기에 맞추어 8월 20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모든 방면에서 출발하는 신칸센과 일부 특급열차에 대해 인터넷 예매가격의 50%를 할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캠페인에 대한 대국민 설문 조사 결과 이 캠페인에 대한 인지도는 응답자의 29.1%에 불과했다. 그만큼 정부 정책의 결정과 시행이 빨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용을 설명한 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7.5%에 달했다. 하반기에 여러 번 여행을 생각한다는 응답도 78.6%였으며 최대 절반을 지원받는다면 평소 하지 못했던 고급호텔 등을 이용하는 호화여행을 하고 싶다는 답변도 많았다. 이용횟수가 무제한이고 장기체류형 여행자에게 반액을 지원해준다는 이 캠페인에 대해 일본인들의 국내 여행수요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지금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고 감염경로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일본에서 이번 캠페인이 오히려 감염자의 전국 확산을 부채질할 위험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벌써 도쿄에 거주하는 시민 중에는 일단 도쿄를 벗어난 외곽에서 출발해 도쿄를 거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여행계획을 세워 우회적으로 이 캠페인의 혜택을 보겠다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캠페인 지원대상 지역에서 도쿄가 제외됐다고 도쿄 거주민이 얌전하게 도쿄 내에서만 머물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 무대책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이 캠페인에 참가하려는 숙박사업자에게는 접수 데스크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숙박객 전원에게 체온을 검사토록 하며, 목욕탕이나 식당 등 공용시설에서는 입장 인원과 이용시간을 제한하며, 뷔페식당의 식사는 원칙적으로 개별제공하도록 하는 감염확산 방지대책을 의무화하였다. 당연,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업소는 숙박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22일부터 앞당겨 시행하게 되면서 숙박업소 등에서는 자신들이 지원대상 업소인지를 묻는 고객들에게 확실하게 응답하지 못하는 혼란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도쿄에서 발착하는 여행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만으로 각 지역으로 감염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정부가 너무 낙관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비난하거나, 도쿄시민들 일부는 모두가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는데 도쿄 거주민에게만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여행횟수나 숙박일수에 제한이 없어 선착순형태로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만 캠페인이 유효할 가능성도 크다. 어쩌면 뒤늦게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이 무리하게 호화로운 장기체류 여행에 나섰다가 예산 부족으로 지원받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본만이 아니라 각국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조기 극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사실 정책의 효과는 조기에 증명할 수도 없다. 그러하기에 정책입안자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 시행하게 된다. 하지만 어떠한 정책도 최우선 기준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록 다운’된 것도 결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절대 명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캠페인은 경제에 좀 더 무게감을 둔 느낌이다. 사실 스페인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적극적으로 록다운에 나서지 않은 것도 경제를 우선한 위험한 발상이었지만 많은 사상자를 내고 경제도 역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경북도나 포항시 등 지자체들도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일본의 실험적인 캠페인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 생명, 건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절대 명제만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어떠한 것을 ‘~하자’라며 내모는 정책이 아니라 ‘~어떨까?’를 물어보면서 비록 느리더라도 모두가 안전한 정책을 우선하였으면 한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