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오름폭은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계속 오르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용산구와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0% 금리’ 등의 영향으로 3천조원 넘는 돈(유동성)이시중에 풀리면서, 부동산과 주식 주변으로 흘러드는 자금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고 있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의도했던 투자와 소비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 가격을밀어 올리자,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완화적’ 통화정책을 갑자기 거둬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전체 통화량, 통화량 증가 속도 모두 ‘미증유’

우선 현재 시중 통화량 자체가 역사상 가장 많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천53조9천억원으로, 지난4월(3천18조6천억원) 사상 처음 3천조원을 넘어선 뒤에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통화량 증가 속도도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5월에만 M2는 4월보다 35조4천억원(1.2%) 늘었는데, 이 월별 증가액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통계 이전 전체 통화량 수준이 지금과 비교해 매우 낮은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 5월 통화량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불어난 셈이다.

◇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역대 최대…올해 증가폭도 ‘기록’ 확실시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관련 자금인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모든 금융기관) 잔액은 1천521조6천969억원으로 한국 경제 역사상 가장 많았다.

같은 시점의 주택담보대출 잔액(858조1천196억원) 역시 최대 기록이다.

특히 올해 들어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역대급’으로 더 빨라졌다.

한은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권만 따져도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가계 대출이 40조6천억원 불었다. 이미 2019년과 2018년 한해 가계 대출 증가액(동일액 60조8천억원)의 67% 수준에 이르렀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역시 올해 1∼6월 32조2천억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계 대출의 79%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얘기다.

올해 6개월간 증가액(32조2천억원)은 일찌감치 2019년 연간 증가액(45조7천억원)의 70%를 넘어섰고, 2018년 증가액(37조9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두 해 역시 부동산 투자 열기가 올해 못지않게 뜨거웠던 점, 지금까지 증가 추세 등으로 미뤄 올해 가계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역대 최대 기록을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구나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으로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올해 부동산으로의 ‘자금 러시’ 현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중 5대 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달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들어 월별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생활자금’이 아닌 ‘주택구입자금’ 용도의 대출 비중은 40∼90% 수준이다.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 전혀 부동산에 쓰이지 않았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올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32조2천억원) 가운데 평균 65%인 21조원 정도는 집에 투자됐다는 뜻이다.

◇ 주식예탁금·신용융자·파생상품예수금 등 줄줄이 기록 갈아치워

증시 주변에도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한은 ‘증시주변자금 동향’ 통계를 보면, 우선 6월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6조1천819억원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1999년 이전 우리나라 증시, 통화량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다.

같은 시점의 신용융자 잔고도 12조6천604억원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만큼 주식 투자를 위한 빚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이달 10일에는 마침내 신용융자 잔고가 13조원도 넘어섰다.

이밖에 주식투자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판매액도 지난 5월 78조5천26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역시 지난 4월 11조9천835억원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6월 현재 RP 판매액, 파생상품거래 예수금도 각 76조7천974억원, 11조9천624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