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트럼프가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 앞에 섰다고 한다. 마스크 쓰는 짓을 왜 하느냐는 듯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확 바뀌어 마스크 쓰는 게 애국이라고 했다나? 매일 코로나 감염자가 6,7만을 헤아리니 끔찍한 미국의 현실이건만 정작 트럼프를 움직인 것은 이 엄청난 감염 급증보다 지지율의 추락과 대통령 선거 패배 위기감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코로나 감염자가 하루 6백 명을 넘어서고 있다. 오늘도 그렇고 이렇게 된지 벌써 며칠 되었다. 그동안 아베 마스크에, 재난 지원금 교부 문제에 무능력과 부패의 극치를 보이던 아베가 이번에는 밑도 끝도 없이 ‘GO TO’라나 뭐라나, 국내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절반씩 지원한다고 해서 또 한 번 ‘사고’를 친 모양이다.

한편으로 유럽 각국도 비록 잦아드는 추세라고는 해도 결코 안전한 나라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국의 코로나 치사율을 보니 많은 나라들이 10퍼센트를 훨씬 넘는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엄청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나 그 옆 나라 파키스탄, 감염자 수 5위인가로 올라선 남아프리카 공화국, 코로나 시대에 종신 대통령제로의 개헌 행사를 치른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각료들 여러 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브라질 등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들이 고도의 위험 상태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는 그래도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해야겠다. 1987년의 민주항쟁, 1988년의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은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렸고, 검열이나 사전 교육 없이도 외국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곧이어 1996,7년의 국가부도와 IMF 체제로의 편입은 개방화, 세계화를 더욱 가속시켰다. 비록 경제는 신자유주의 세계체제 속으로 깊숙이 끌려들어갔으나 한국은 여러 노력과 행운으로 용케 지금의 사회적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올해의 코로나 팬데믹까지 30년 동안 한국인들은 부지런히 외국으로 나갔고 세계여행과 에세이 쓰기가 시대적 코드가 되었다. 세계 어느 곳도 한국인들 없는 곳이 없었고, 일본이나 베트남은 한국인들이 없으면 지역 경제가 잘 안 돌아간다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앞으로도 과연 외국으로, 먼 도시나 사막을 찾아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풍토병 같은 것도 아닌 바이러스들이 출몰하는 곳으로, 그 지역들의 부실한 의료 체제를 믿고, 18세기의 모험 같은 외국행을 감행할 수 있을까? 열린 세계에서 닫힌 세계로 급변하는 세계, 한국인들은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어서 백신이 개발되기를 기다려야 할 형편, 안으로 침잠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여야 할 때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