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완성이 필요하다며 국회와 청와대,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제기하면서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의 대대적인 세종시 이전이 필요하다며 행정수도 완성을 제안했다.

국가의 수도를 옮기는 것은 천도(遷都)라 해서 예로부터 나라의 중대사로 여겨져왔다. 천도의 이유는 흔히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 외적의 침입, 둘째 국가발전이나 정치적 목적, 셋째 자연재해다. 근현대 들어서는 외적 침략보다는 국가 균형발전을 주된 목적으로 천도를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에 국가 균형발전을 근거로 천도를 시도했으나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사실상 무산됐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내려진 위헌결정 이유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불문헌법이며, 수도이전은 헌법개정 사안인데 국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한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일은 나라안에 극심한 갈등과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구 수도에 오랫동안 터전을 내린 기득권층이나 일반 백성들은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당연히 반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제기된 여당발 ‘행정수도 완성’주장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대표는 “부동산 투기대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 나온 국면전환용 주장”이라고 비판했지만 미래통합당 4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이 행정수도 완성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여론조사를 통한 과학적 접근을 강조하며 찬성입장을 밝혔다. 여당에서는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이나 이제명 경기지사, 당대표 선거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 최고위원을 지낸 김두관 의원 등이 전폭적인 지지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 원내대표는 23일 행정수도 위헌 논란에 대해 “시대가 변하고 국민적 합의가 달라지면 헌재 판결도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행정수도 이전논란으로 야기될 후폭풍에 대해서까지 상당부분 논의가 진전된 듯 보인다.

정략적 차원에서 출발했다해도 수도권집중을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행정수도 완성주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미래통합당도 여당의 주장이라고 무작정 반대만 할 게 아니다.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막고, 지역균형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행정수도 이전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대책 국면전환용이든, 길거리 국장 퇴치용이든 나라발전에 보탬이 된다면 못할 게 없다. 행정수도 완성제안이 찬반논란으로 흐른다면 여당의 국면전환용으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게 아닌가. 그럴 바에야 반대를 위한 반대를 예단한 여당의 페이스를 흩뜨리기 위해서라도 야당이 행정수도 완성제안을 전격 동의하는 암도진창(暗渡陳倉)의 계를 실행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