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자가격리를 끝냈다. 해외를 다녀온 후 의무적으로 해야 할 14일간의 자가격리가 드디어 끝나 밖에 나와 오랜만에 햇빛을 볼 수가 있었다. 자가격리 생활이 형무소보다 못하다고들 한다. 운동도 할 수 없고 밖에 나갈 수 없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4중으로 감시하고 보고 해야 한다. 스마트폰앱 일일 보고, 위치추적, 전화, 불시방문 등 숨쉬기 힘들 정도로 꼼짝을 못했다.

출국 시 보았던 인천공항의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붐비던 인천공항의 주차장은 거의 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수 천명의 탑승객이 붐비던 공항출국대도 사람 몇 명이 왔다 갔다 할 정도다. 지난 30여 년 수없이 많은 해외출장을 다녀왔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 본다. 대학은 교무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기 시작했다. 수업도 온라인이나 동영상으로 진행되어 캠퍼스는 텅 비어 있다. 학생이 없는 캠퍼스 모습도 처음 보는 풍경이다.

각종 학회나 회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필자가 오랫동안 주최해온 포럼도 금년 처음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니까 자가격리 중에도 참여가 가능했고 참가자 수도 늘었고 모두들 자기 사무실에서 참여하니까 참 편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이러니컬하게 일부 교수들은 불필요한 회의나 출장이 크게 줄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진행되는 행사의 형식도 많이 간소해졌다. 대부분 리셉션이나 행사만찬이 없어지거나 대폭 축소되었다. 그래서 캠퍼스도 사라지고 대면 강의도 사라지고 대학의 운영과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편리하긴 하지만 과연 캠퍼스가 사라지고 강의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어도 대학은 여전히 즐거운 곳이고 친구를 사귀고 교수와 교류하는 그런 인생의 멋진 추억이 될 수 있을까 ?

전에 비하여 캠퍼스의 추억들이 삭막해져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졸업앨범도 사라지는 추세이고 졸업식 전에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은회도 없어지고 있다. 많은 대학 졸업식에는 대학원생만 자리에 앉고 학부 학생은 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사진만 찍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강의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면 대학생활은 개인주의적 사고만 배양하고 스승 학생의 관계는 더 삭막해 질 것이다. 학회나 포럼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편하긴 하지만 같은 분야 교수들과 만나 나누는 대화와 리셉션 등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인간적인 대화의 시간이 없어졌다.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것이라는 인류학자들의 예측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삶에서 물리적인 측면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이 함께 나오는 앨범, 캠퍼스에서 친구를 사귀고 함께 수업을 듣는 추억의 즐거움 같은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학회, 포럼 등에 참가하여 동료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하는 그런 시간도 정말 소중한 것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삶의 변화가 인생을 삭막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