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염소 뿔도 녹는다는 한 해의 가장 무더운 절기인 대서가 지나고 있다. 여름이 들기 전에 기상예보 기관들은 올해 여름이 기상관측 이래 최고로 무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여름이 다 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예보가 오보 수준이다.

그런데 덥지 않은 여름을 꼭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았다. 이번 주 또한 마찬가지다. 7월 절반이 먹구름에 잠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7월을 우기의 달로 재정의해야 할 날도 멀지 않았다.

시간의 빠르기와는 달리 아직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경제 활동 재개를 독려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력은 그런 정부의 의지보다 더 강하다. 바이러스와의 대결에서 지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아무리 과학과 의료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런데 자존심 강한 인간들은 이런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백신 타령만 하고 있다. 과연 백신이 인간을 모든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까?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같은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매일 몇 통씩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보는 사람은 몇 없다. 거의 공해 수준으로 오는 문자 메시지는 분명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 가지만, 지금과 같은 도를 넘는 안내는 짜증만 불러일으킨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것은 경제와 교육 분야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급 충격과 소비 절벽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라는 뉴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세계 경제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두를 잘 알 것이다. 그래도 발 빠른 경제학자들은 벌써 답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된 답은 적극적인 소비와 생산이다.

경제는 이처럼 답이라도 있지만, 교육계에는 답이 없다. 한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 사회인을 양성하는 곳이 학교인데, 그 학교가 제 기능을 못 한 지 오래다.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해 보면 이 나라 교육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희망 부재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던 희망이 아예 멸종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온라인 수업 때문이다. 6월과 7월에 온라인 수업을 한 학교들이 선택한 수업 유형은 과제 중심형 온라인 수업이다. 4월과 5월에 그나마 5%라도 있던 쌍방향 수업은 거의 실종되었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을 철저한 교육 방관자로 만드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의 확실한 방법은 적극적인 소비와 공급이다. 이는 교육계에도 통용이 된다.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교육의 적극적인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교육의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가 되는 순간 분명 우리 교육은 입시 공화국에서 벗어나 훨씬 더 생산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특히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을 교육의 확실한 방관자로 만들어버렸다. 학생들이 등교 수업을 거부하는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