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소비생활이 반드시 이성적일까. 경제생활을 나름 이성적으로 운용하려 하지만, 일상의 소비경험을 돌아보면 비이성적 소비행태가 즐비하다. 지름신도 내리고 이미지에 흔들린다. 보통사람들의 소비생활을 분석하면, ‘계획구매’ 보다 ‘충동구매’가 오히려 더 많다는 보고도 있다. 물건의 품질과 사양을 살펴 사기도 하지만, 브랜드이미지에 더욱 끌리고 시중의 유행에 마음이 쓰인다.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던지는 이야기’를 사는 게 아닐까. 물건을 잘 팔려면 브랜딩과 스토리텔링을 잘해야 한다. 품질이 좋아도 마음을 끌지 못하면 마케팅에 성공할 수가 없다. 물건뿐일까. 사람도 장소도 브랜딩에 나서야 한다.

지역브랜딩. 경주는 세계최고 수준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포항은 탁월한 경제산업적 배경을 품고 성장하고 있다. 더없이 훌륭한 내용을 가지고도 생각보다 관심과 이목을 끌지 못한다. 상생과 협력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개념이 아닐까. 상품브랜딩에서도 협업과 파트너쉽을 통한 연계브랜딩이 더러 쓰인다. 경주의 문화이미지와 포항의 산업이미지를 연결하여 통합적으로 접근하면 새로운 지역브랜딩의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 터이다. 옛스러움과 현대적 이미지의 독특한 결합을 만들어 내고, 부드러운 느낌과 강인한 이미지를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어제와 오늘이 함께 숨쉬는 지역으로 만들어 새로운 내일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포항공항의 활성화를 시도하면서, 공항명을 ‘포항경주공항’으로 바꾸자는 구상이 들린다. 공항이름 개명을 넘어, 지역의 브랜딩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기획으로 펼쳐가기를 기대해 본다. 미래를 향한 적극적 구상에도 나섰으면 한다. 거의 인천국제공항을 사용하는 해외입국자들과 국제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또 하나의 입국공항이 될 수는 없을까. 동남권신공항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관광’을 테마로 삼는 독특한 입국포인트(Entry Point)의 설정은 나라의 관광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경주에서 관광하고 소일하며 포항에서 숙박하고 소비하는 도시협업형 지역브랜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브랜딩의 성공여부는 내부소통에 달려있다. 지역주민에게 미리 충분히 알리고 이해를 다져야 한다. 두 도시가 서로에게 배려와 협력의 폭을 넓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경주가 가진 ‘이렇게 좋은데 왜 안될까’와 포항이 가진 ‘철강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어쩌면 한꺼번에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문화와 산업을 잘 버무린 이야기도 만들어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부터 스토리와 이미지에 끌린 사람들이 몰려들게 해야한다. 이를 위한 글로벌역량 확충에도 집중해야 한다. 관광과 산업이 연결된 새로운 지역브랜드 이미지가 자리를 잡으면, 방문객이 찾을 뿐 아니라 ‘살고싶은 지역’으로서 인식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두 도시가 연합하여 지역상생의 신모델이 탄생하는 새 역사가 기대된다. 경주와 포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