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구미시, 사고 이후 경보음 없는 안전안내문자 보내놓고선
사고처리 후엔 다시 경보음 울리는 문자 보내 한밤 중 시민들 불안
대피 방법도 ‘안전장소 대피’-‘실내 대피’로 다르게 안내해 ‘눈살’

21일 새벽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된 KEC 구미공장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긴급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도 소방본부 제공

21일 KEC 구미공장에서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와 관련해 재난당국이 안전안내문자와 긴급재난문자를 거꾸로 발송하면서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경찰과 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47분께 구미시 공단동 반도체 제조업체 KEC 구미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 ‘트리클로로실란’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와 관련해 경북도는 사고 발생 후 1시간 가량 지난 오전 2시 43분께 주민에게 대피하라는 내용으로, 구미시는 이보다 늦은 오전 3시 10분께 실내에 대피하라는 내용의 안전안내문자(경보음 없음)를 보냈다. 이후 구미시는 오전 4시께 방제작업이 모두 끝났다는 내용으로 경보음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시민이 잠을 자는 시간대에 발생한 사고여서 사고 직후 대피 또는 피난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반대로 발송한 것이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발송된 문자를 확인하지 못한 시민들도 많았다.

더욱 큰 문제는 사고 발생에 대한 대응 방법을 경북도와 구미시가 서로 다르게 안내하면서 혼란만 더욱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경북도는 ‘KEC공장 유해화학물질 누출 발생. 인근 주민들께서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바랍니다’라고 안내했다. 반면 구미시는 ‘인근 주민들께서는 창문 닫고 실내 대피 바랍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KEC 구미공장에서 유출된 트리클로로실란은 흡입 때 호흡곤란, 두통, 어지러움 등을 초래하는 유해화학물질이어서 자칫 인근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근 한 시민은 “새벽에 자다가 긴급재난 경보음을 듣고 깜짝 놀라 깨어보니 유해물질 유출사고 처리를 완료했다는 문자였다”면서 “사고 처리가 완료되고 경보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시민은 또한 “경북도와 구미시가 다른 내용의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데 대체 어느 기관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만약 불산사고 처럼 큰 사고가 났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하는데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 알려주지도 않으면 어떻게 대피를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유해화학물질이 어떻게 어디로 확산되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고 하면 끝인지, 행정당국의 안일한 처사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한번 깨달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안전안내문자와 긴급재난문자가 거꾸로 발송된 부분은 실수가 있었다. 시민들에게 혼선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이번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공단이 밀집한 구미지역 특성에 맞는 24시간 운영의 안전재난상황실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1일 오전 1시 47분께 구미 공단동 반도체 제조업체 KEC 구미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실란’유출사고로 현장에 있던 근로자 7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별다른 상처가 없어 모두 귀가했다. 구미시는 공장 지하에서 근로자 7명이 트리클로로실란 용기를 다루던 중 밸브가 파손돼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했다.

KEC 구미공장 측은 이날 사고로 113㎘의 트리클로로실란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소방·환경당국과 경찰은 합동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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