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사자성어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에 기관장이나 기업의 CEO가 신년사나 축사를 할 때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자성어 사용은 내용을 강조함에 있어 유용하나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는 사자성어나 격언을 찾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올해 1월초 법무장관에 취임하면서 현재까지 검찰이나 검찰총장을 향해 분노가 섞인 감정으로 사자성어를 쏟아냈다. 첫째로 줄탁동시(<5550>啄同時)이다. 함께 행해지기에 가르침을 받는 제자의 역량을 파악하여 바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스승의 예리함을 비유한 말이다. 검찰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고, 국민적 지지라며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 검찰 안팎에서 줄탁동시가 이루어지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는 국민과 시대를 끌어들여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나 결국은 그 속에 그들의 성향에 맞는 검찰조직으로 바꾸어 그들의 부정이나 모순을 덮으려는 의도이기에 줄탁동시는 이 상황에 맞지 않는 인용이 부적절한 말이다.

또한 총장에게 검찰이 파사현정 정신에 부합하고 있냐며 공개 석상에서 물었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은 불교 삼론종의 중요한 근본교리 중 하나로 사악한 것을 깨부수면 바른 것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얽매는 마음을 없애면 바르게 될 수 있다는 의미로 가르침에 따라 사악하고 간사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권력층 비리 수사 중인 검찰에게 장관 완장차고 거들먹거리는 허세로 인사학살을 단행한 자로서 일반인도 사용하지 않는 천박한 말을 서슴없이 국민 앞에 쏟아내는 사람이 인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검찰수사를 ‘공정과 정의에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이어야 한다며 바르게 수사하여 공정한 결론을 내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라 했다. 천의무봉은 하늘의 옷에는 꿰맨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천상의 직녀가 지상의 곽한이라는 청년을 사랑해서 황제의 허락으로 밤마다 인간계에서 곽한을 만났을 때, 직녀의 옷에 바느질이 없는 것을 이상히 여겨 물었더니 직녀가 천상의 옷은 원래 바늘과 실로 바느질하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즉 어떤 작품을 인위적 기교 없이 훌륭하게 제작했거나, 가식 없는 자연스런 상태를 일컫는다. 하나 멀쩡한 검찰조직을 같은 패거리로 채워 인위적으로 비틀어 놓은 상황에서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공정이라 말하는 것이다. 검찰의 인사가 공정치 못한 상황에서 같은 편을 요직에 채우는 행태는 이미 정의와 공정은 사라지고 없기에 장관이 공정과 정의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수의 의견에서 시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의 겸청즉명(兼聽卽明) 역시 장관이 사용할 말이 아니다. 지금의 한국의 실정에서 알맞은 사자성어는 신생어인 ‘내로남불’ 뿐이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였다. 우리와 거의 비슷한 일본에서도 1954년 조선의옥(造船疑獄)사건에서 한차례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권이 몰락하는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