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인<br>포항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문가인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요즘 내가 주변의 지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서 만나서 반갑습니다’이다. 주변의 지인 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리거나, 이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때로는 방심하기도 하지만 뉴스에서 보았던 미국인의 시체들이 짐짝처럼 파묻히던 끔찍한 장면을 생각하면, 마스크 쓰기를 소홀히 하거나 위생관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5단계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1단계 생리적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애정과 소속의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지금의 이 시대는 2단계인 안전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때이다. 심지어 1단계인 생리적 욕구도 위협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계까지 위협하면서 슈퍼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이 라면이라고 하니, 누군가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먹고, 자는 등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일단 생명을 유지해야 하고, 생명을 유지했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잘 챙겨서 살아남아야 한다.

심리학 분야에서 마시멜로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심리학자의 실험에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면서 기다리면 좀 더 먹을 수 있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리지 않고 과자를 먹어버린 아이와 먹지 않은 아이들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 그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추적해보니, 기다리지 않고 과자를 먹어버린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저성취를 이루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인내심이란 성격요인이 성공과 실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버텨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절실한 욕구가 되었다.

살아남았으면 직업을 얻고 사랑할 날이 올 것이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사랑하다보면, 자녀나 제자, 및 동시대인으로부터 존경받을 날도 올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 세상에 와서 존재의 빛을 발하는 자아실현의 욕구도 채워지는 그 날이 올 것이다.

우리 모두 잘 살아남아서 이 생에서 존재의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며 견뎌야 할까? 덜 먹고, 덜쓰고, 덜 버리자!

필자는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냈는데 그 시골 냇가에는 검푸른 징거미와 살이 꽉찬 다슬기가 지천이었고, 산에는 다람쥐, 토끼 그리고 노루가 뛰어다녔다. 인간의 욕심과 편리함을 위해 그 냇가는 콘크리트로 뒤덮였고 그 산은 파헤쳐졌다.

가끔식 도시에서 살면서 힘겹게 생각될 때 소망했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을까?

나는 요즘 베란다 텃밭을 가꾸며 매일 소망한다.

나와 우리가 덜 먹고, 덜 쓰고, 덜 버리는 소박한 삶을 통하여,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마음껏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어 함박웃음 웃는 그날이 오기를. 그날까지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