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원내대표는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것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부동산 문제 해결의 비법인 것처럼 강조했다. 그는 “(행정수도를 완성하면)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행정수도 완성은 국토균형발전과 지역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이자 필수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내놓은 명분은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수도권 집중이 8년가량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정도에 그쳤다.
국회와 청와대 이전방안이 일정 부분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맞다. 그러나 이 전제는 사람들이 국회나 청와대 옆에서 살고 싶어서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가 확인돼야 한다. 수도권에 사람이 몰려드는 것은 많은 양질의 일자리와 우수한 교육기관 때문이다. 풍부한 문화예술 기회가 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국회와 청와대 이전은 당장 불붙은 서울의 부동산 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
김태년 대표의 주장은 차기 대통령선거를 노린 포석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신행정수도 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봤다”는 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했던 발언이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가 잇달아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도 마찬가지다. 쏟아지는 국민 원성을 돌리려는 정치전략과 다가오는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책략이다.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게 정치의 특성인 만큼 권력의지를 바탕으로 정치이슈를 만들고 논란을 촉발하는 것 자체를 그르다고 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질병 위협에 생활고까지 겹쳐 삶이 당장 고달파진 국민을 보살피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