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
피서객 떠난 자리 온통 쓰레기
먹고 마시고 난 뒤엔 나몰라라
식당가 옆 인도에도 무단투기
평일 1.5톤·주말엔 4톤 쏟아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인파가 북적이는 곳을 피해 야외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피서객이 많아지면서 동해안 해수욕장을 비롯한 주요 피서지가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오전 11시께 경북 동해안 대표 해수욕장의 하나인 포항시 북구 두호동에 위치한 영일대해수욕장은 평일임에도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폭염에 지친 피서객들은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쫓았고, 다른 행락객은 파라솔 그늘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했다.

이처럼 평온한 해수욕장 분위기와 달리 백사장에는 담배꽁초와 음료수 캔, 과자 봉지 등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어 동해안 대표 피서지로서의 이미지를 흐리게 했다.

특히 관광객이 지난밤에 단속을 피해 몰래 불꽃놀이를 즐긴 뒤 버리고 간 폭죽 쓰레기들도 널브러져 있다. 청소 근로자들의 관리 손길이 비교적 덜 미치는 해수욕장 건너편의 식당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인도에는 ‘쓰레기 무단투기 적발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 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쓰레기 불법 투기는 보란듯이 이뤄지고 있다.

길가에는 깨진 유리병과 종이박스, 검은색 비닐봉지가 나딩굴었다. 비닐봉지 안에는 유리병과 플라스틱병,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했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매년 이맘때면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사람들이 재밌게 놀았으면 치우는 게 당연한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에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비양심이 피서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8일과 19일 영일대해수욕장을 방문한 관광객은 각각 900명과 700명이었다. 지난 7월 1일 영일대해수욕장이 문을 열고서 이날까지 모두 7천5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는 여름철 쓰레기 집중수거를 위해 청소요원 15명을 투입해 매일 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 해수욕장 일대를 청소하고 있다. 평일에는 1.5t, 주말에는 4t의 쓰레기가 수거되고 있다.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쓰레기 불법 투기하다 적발될 경우에는 2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지자체는 지역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쓰레기를 버린 관광객에게 벌금을 매기면 그 관광객이 두 번 다시는 우리 지역을 방문하지 않을 것 같아 법적으로 처벌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다”며 “청결한 피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피서객의 쓰레기 처리에 대한 성숙한 의식과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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