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옥 혜

황토밭 원고지에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온몸으로 껴안고 사랑하며

땀 흘려야 쓸 수 있지만

쓰고 난 후에도 보살피지 않으면

제멋대로거나 사라지지만

날마다 새로운 파노라마 초록시이다

언제나 설레고 아름답고 편안한

숨 쉬는 생명시이다

옷은 황톳물과 풀물로 얼룩지고

호미 들고 동동거려 팔다리가 쑤셔

볼품없이 늙고 여위어도

식물 글자로 시를 쓰는 것이 즐겁다

어느 날 들판이 문득 나를 불러

땅에 식물 글자로 시를 쓴 지 어언 20년

출판할 수 없는 시집 한 권

지금 내 몸과 영혼의 집이 어여쁘다

시인이 말하는 ‘식물 글자’는 무엇일까. 어찌 보면 시의 주된 제재가 황토밭이나 초록의 식물이리라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시인은 시의 제재로서의 식물 글자가 아니라 식물처럼 푸르고 싱싱한 생명감을 시로 옮겨놓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시인은 자연의 넘치는 생명감을 특유의 시적 필치로 승화시켜 가겠다는 의지를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