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미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만든 협의 기구이다. 그룹이 창설된 이후 12회의 공식 회담이 개최되고 수차례 비공식 회의를 통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지난 6월 17일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한미워킹그룹을 ‘친미사대주의적 굴종’이라고 비난하고 나셨다. 국내에서도 이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은 존치해야 할 것인가 폐기해야 하는가.

한미워킹그룹의 작동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었다. 북한 경제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우리의 독감 치료제 타미풀루까지 북한 반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인도적 견지에서 약품의 북한 반출은 가능하지만 수송 차량의 통행은 금지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엔의 대북 제재와 무관한 금강산 개별 관광이나 개성 공단 출입까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폭파 배경에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국내의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갈라져 있다.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워킹그룹은 폐지해야 한다는 진보적 입장과 한미 동맹을 이유로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전자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한미워킹그룹의 역할이 남북관계를 뒤틀어지게 하는 상황에서 즉각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후자는 한미 방위 조약을 튼튼히 유지하기 위해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한미워킹그룹은 그간 대북관련 모든 문제를 워킹그룹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평양 9·19 군사합의에 대한 그들의 불만을 워킹그룹을 통해 해소하려고 했다. 그 결과 한국의 안보는 미국에 더욱 의존되고 남북관계는 한층 경색되었다. 워킹그룹의 해체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북한의 공동 사무소 폭파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의 ‘보류’라는 긴급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이 기회를 북한의 대외협상력을 높이려는 기회로 삼고 있다. 북한의 계산은 미국에 대해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면서 그들의 협상력을 높이려는데 있다. 북한은 비핵화에 상응하여 체제 안전 보장과 북미 평화 협정체결을 요구하는데 그것이 조금도 진척되지 못하기 때문 초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한미워킹그룹은 해체보다는 그 역할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마침 우리의 대북 담당 행정 팀이 전면 교체되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이미 한미워킹그룹에 올려야 할 사안과 올리지 말아야 할 사안은 구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차제에 워킹그룹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협상은 과거처럼 우리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시대는 아니다. 인도적인 대북 지원 문제가 결코 유엔 제재의 범위에 포함될 수 없다.

대북 공동 제재 문제뿐 아니라 한미 합동 군사 훈련, 한미 전작 권 이전, 주한 미군 방위비, 미국 첨단 무기 구입 문제 등에도 우리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