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추모사 내내 ‘박사’로만 지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처장은 이 전 대통령을 소개할 적에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부분이 전부였고 시종일관 ‘박사’라는 표현만을 사용했다.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투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추모식엔 여당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조화만을 보냈다. 논란이 일자 보훈처는 “통상적으로 박사와 대통령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칭하는 맞는 표현이기 때문에 박사·대통령 호칭을 함께 사용했다”며 “향후 박사와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국가보훈처가 미심쩍은 행태를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식에 서해해전과 연평도 포격 도발 유가족·생존자를 초청대상자에서 제외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뒤집는 해프닝을 벌였다. 6·25 7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참전용사들의 유해를 싣고 온 비행기를 바꾼 일로 “쇼를 위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의 유해가 이리저리 옮겨졌다”는 비난을 샀다.

‘민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 홍보물에 독일 나치군의 철모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쓴 것도 논란거리다. 보훈처는 그물망을 씌운 국군 철모 사진으로 급히 교체한 새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잘못된 이미지를 사용한 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다”, “해명이나 사과 없이 슬그머니 이미지를 교체하면 다냐”는 등의 날 선 지적이 나왔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분명히 존재했다. 정권의 이념에 맞춰서 역사를 새롭게 판별해 예우하는 것은 보훈처의 몫이 아니다. 정부 부처가 역사 속에 엄존하는 대통령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협애한 가치판단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인정하지 않는 패륜적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건듯하면 일 저지르고서 사과·해명하고 넘어가는 보훈처의 행태는 ‘치고 빠지는’ 얄미운 정치행태와 똑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