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문 숙

내마음 저편에 너를 세워두고

혼자 가는 길, 자꾸만 발이 저리다

잡목 숲 고요한 능산 아래 조그만 마을

거기 성급한 초저녁별들 뛰어내리다 마는지

어느 창백한 손길이 들창을 여닫는지,

아득히

창호지 구겨지는 소리, 그 끝을 따라간다

둥근 문고리에 찍혀 있는 지문들

낡은 문설주에 문패 자국 선연하다

아직 네게 닿지 못한 마음 누르며

혼자 가는 이 길

누가 어둠을 탁,탁, 치며 걸어오는지

내 마음의 둥근 문고리를 잡아당기는지

한 때 투병을 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심도 있는 작품을 써 온 시인은 인생이란 끝내 혼자서 외롭고 쓸쓸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닿지 못한 마음을 누르며 혼자 가는 길은 절망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그 길은 절망 너머에 있는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한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