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종 태

비가 내리는 시외버스터미널 앞. 비가 내린다

영업용 택시들이 온몸을 적신 채 기다란 그리움을 흘리고 있다.

저 축축한 그리움들, 야생마처럼 말굽을 푸르릉 거린다.

목 놓아 달리던 푸른 들판, 때로 붉은 신호등에 발목이 붙들려 안달하던 그리움,

속도 무제한의 질주를 그리는 저 그리움의 정체는 무얼까. 비가 내린다.

노오란 비옷을 입은 그리움, 터미널 앞의 그리움을 녹이고 있다.

그렇게 내 욕망은 나이를 먹어가고, 룸미러에 비친 얼굴, 이마에 바코드가 선명하다.

누군가 내 이마의 바코드를 읽고 있다.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일 년이, 내 생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횡단보도 건너편 스치듯 지나는 낯선 그림자, 그림자의 윗도리가 없다.

택시의 룸미러에 비쳐진 주름진 얼굴은 그리움을 감내하며 오랜 시간을 건너온 시인 자신의 모습이다. 나만의 존재를 표시하는 바코드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하지만, 그 속에는 독존(獨存)이라는 고립과 소외가 소복 들어차 있다.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가다 룸미러에 비친 ‘나’라는 낡은 바코드를 발견하고 시인은 쓸쓸하고 외로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음을 본다. 우리는 모두 아무도 읽을 수 없는 나만의 외로운 바코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