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학에 치부가 드러났다. 교육부가 벌인 주요 사립대 감사에서 이 대학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직교수 자녀를 부당하게 합격시켰으며, 입학전형자료를 보존하지 않았고, 교원채용 과정도 적절하지 않았으며, 직원채용에도 출신 대학을 부당하게 차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에서 여든도 넘는 교수들이 징계를 받았으며 사백도 넘는 사람들이 인사 조치됐다. 해당 대학에 수치스러운 일임은 물론이지만, 이제 첫발을 뗀 교육부의 대학감사에서 얼마나 더 많은 대학들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코로나19로 ‘교육’이 몸살을 앓는다. 초중고 공교육이 감염의 우려와 함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이에 대학은 약간 비껴선 느낌이다. 지난 학기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역량을 강화하고 비대면 교육을 주로 하면서 대학 본연의 교육과 연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19가 지나간 다음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많은 일들 가운데 대학의 강의는 후보군 앞순위를 맡아놓았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과 교수와 학생 사이의 교감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간다. 강의는 이제 기계적이지만 수려한 외양을 한 ‘콘텐츠’로 변모해가고 학사일정은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호흡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간다.

대학에게 묻는다. 대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오늘 대학이 가진 모습에서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가. 세상과 함께 숨 쉬며 바꾸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바뀌는 세상에도 대학이 고집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대학은 새로운 세상에 앞서가는가 아니면 겨우 따라나 가는가. 지난 세기 대학이 젊은 양심과 소중한 인재를 길러냈다면, 앞으로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 대학은 누구를 가르치고 무엇을 나눠야 하는가. 사회를 향하여 던지는 답변보다 스스로 물어야 할 질문이 차고 넘친다. 대학은 21세기에도 필요한 것일까.

지식소매상으로 대학이 설 자리는 없다. 백과사전과 지식충전소는 온라인을 이미 점령했다. 교수가 강의실에서 배달할 새 지식은 없다. 이미 세상은 대학보다 복잡하고 일들은 전공별로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길러야 할 인성은 좁은 전공지식에 갇힐 수가 없다. 한 가지 분야에서 평생을 구가할 보장도 없다. 백세시대지만 평생직장은 사라졌다. 같은 것을 보고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상상력’으로 살아야 한다. 매일 대하는 일상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습관에 익숙해야 한다. 현상유지로는 버틸 수가 없다. ‘비판정신’으로 충만한 사람을 길러야 한다.

대학은 너무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다. 관심을 덜 쓰는 사이에 구태에 물들어 있었다. 바뀌지 않고는 죽어야 하는 길목에서 대학은 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부끄러운 모습을 앞서가는 열정으로 바꾸어 가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대학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 대학 스스로 결정하고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