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어용’이 판치는 세상이다.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대쪽’은 없고 모두가 소리 높여 ‘문비어천가’를 부른다. ‘가물에 콩 나듯’ 보이는 대쪽들의 직언은 이른바 ‘문빠’와 ‘대깨문’들의 왜곡과 공격으로 무용지물이다. 대쪽 검찰총장을 제거하기 위해 어용 검찰간부는 항명(抗命)하고 법무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가 하면, 어용국회의원과 어용언론이 총동원되어 ‘어용검찰 만들기’에 혈안이다. ‘절대화 된 권력의 필연적 부패’ 조짐이다.

누가 권력을 이렇게 만들고 있는가? ‘권력 해바라기’가 된 어용지식인들이다. 어용교수·어용언론인·어용시민운동가들이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권력을 가지려는 속내는 숨기고 마치 정의의 투사처럼 행세한다. 연구와 교육에 거리가 먼 ‘어용교수들’은 정부여당의 외곽단체에 참여하거나 방송에 출연하여 교활한 궤변으로 정권을 비호하면서 권력에 접근한다. ‘외눈박이가 된 어용언론인들’은 진영논리를 펴면서 권력과 밀착되었고, 그 공로로 청와대 대변인·국회의원 등 스스로 권력이 되었으니 언론의 사명을 잊은 지 오래다.

‘어용권력이 된 시민단체들’의 병폐도 심각하다. 지식인들의 시민운동이 권력과 밀착됨으로써 출세의 지름길로 변질되었다. 문재인정부에서 참여연대·민변·정대협 출신들이 장관·청와대비서관·대법관·헌법재판관·국회의원 등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렸으니 시민단체의 사명인 권력에 대한 감시는 불가능하다. 심지어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까지도 대통령의 40년 지기가 총재에 취임함으로써 그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어용의 시대’를 주름잡는 ‘어용들의 행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비난받아 마땅한 어용들이 오히려 목에 힘을 주고 ‘어용이 명예’가 된 어지러운 세태이다. ‘어용을 신념에 따른 행동으로 위장’하면서 요설(妖說)을 펴는 지식인까지 등장했다. 어용은 사익(私益)을 위해 권력에 영합하지만, 대쪽은 공익(公益)을 위해 권력을 비판한다. 권력의 속성상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권력에게 ‘어용의 감언(甘言)은 독(毒)’이고 ‘대쪽의 고언(苦言)은 약(藥)’이다. 권력이 약을 싫어해서 독을 계속 복용하면 마침내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된다. 괴물이 된 권력은 판단력이 흐려져서 ‘어용은 내편, 대쪽은 네편’이라고 착각한다. 권력이 저지른 불의는 정의로 둔갑하고, 권력의 폭주는 국민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면서 독재의 길을 걷게 된다.

‘괴물이 된 권력’이 성공한 경우는 없으며 그 끝은 언제나 불행하였다. 권력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어용들을 만들었지만, 바로 그 어용들 때문에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용들의 행진’은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어용이 된 지식인은 개인적 불명예이자 국가적 손실이다. 사익을 위해 권력에 접근하여 스스로 권력이 되기보다는 ‘공익을 위해 권력을 비판하고 바른길로 이끌어주는 것’이 참된 지식인의 역할이요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