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방식 둘러싸고
정치권이어 국민 여론도 극명
국민청원게시판에
‘서울특별시장 반대’ 53만명 동의
“시민 친화적 정책 시행”
온라인 분향소 67만여 명 애도

1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둘러싼 극단의 움직임이 정치적 이념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특히, 박 시장의 추모 방식을 둘러싼 여론이 극명하게 나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글은 12일 53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박원순 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냐”면서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해당글에는 네티즌들의 생각도 담겼다. 청원에 동의한 네티즌들은 “여성 안심 특별시를 외쳤는데, 왜”라는 댓글과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싶은 서울시 장례”, “억울한 죽음이 아니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반면, 서울시가 개설한 온라인 분향소에는 12일 오후 2시 30분 기준 67만8천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추모 분위기가 뜨거웠다. 이들은 “척박했던 시민운동에 물을 대고, 10여 년 동안 서울시를 이끌며 시민 친화적 정책을 시행했다”면서 박 시장을 기렸다.

이들은 “무덤에 침을 뱉는 반인륜적 행태는 멈춰야 한다”면서 “우리가 아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외에 어떤 팩트가 드러난 것인지 궁금하다. 고소인이 피해를 당했다는 일방적 고소가 있고 어떤 판결이 난 게 아닌데, 그럼 고소를 당하는 모든 사람은 범죄자가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정치권의 움직임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잇따라 권력형 성추문에 휩싸인 민주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박 시장에 대한 장례절차가 먼저라는 것이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오는 13일 월요일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그날 오전에 예정된 발인이 지나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민주당은 박 시장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피해왔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가해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이해찬 대표, 여성정치인인 민주당 대변인의 발언, 서울특별시장 5일 장례까지 모두가 그분들이 고인과의 관계에만 몰두해서 나온 현상”이라며 “피해자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피해자 신상털기에 이어 색출작전까지 2차가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성추행 혐의가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던 정의당은 당내 분란에 휩싸였다.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 등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 등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소속 류호정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향해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장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당원들은 류호정·장혜영 의원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탈당을 거론했다. 이들은 “대리게임녀인 류호정 의원이 할 말은 아니다”면서 “고 노회찬 의원 역시 의혹을 가졌었다. 이에 대한 조문도 잘못됐던 것이냐”고 비난을 퍼부었다.

한편, 지난 10일 새벽 숨진채 발견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은 13일 오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된다. 현장에는 유가족 등 소수만 참석하되 ‘온라인 영결식’ 형식으로 서울시 유튜브와 교통방송 tbs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장례위원은 1천500명 규모로 꾸려졌다. 공동장례위원장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이 맡는다. 부위원장단에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권영진 대구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포함됐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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