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진 수채화가 김엘리
명주 솜·수세미·커피 등 오브제 활용
수채화 영역 독자적 미술 세계 구축

중진 수채화가 김엘리 작가.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진 수채화가 김엘리(67) 작가는 지역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김 작가는 30년 넘게 상징성과 부드러운 은유법으로 특별한 느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따사로움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닌 그녀를 만나기 위해 초대 개인전을 열고 있는 포항수산업협동조합갤러리를 찾았다. 김 작가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소녀 같은 미소와 무언가 갈망하는 듯한 눈초리, 강렬하면서도 슬픈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번 전시회 테마는 ‘잉태와 결실’이며 갤러리에는 수채화 작품 38점이 전시돼 있었다.

김 작가는 투철한 작가 정신으로 예술혼을 불태우며 독자적 미술 세계를 구축했다. 그녀는 새로운 미술 언어와 기법, 미술 재료에 관해 꾸준히 연구하고 사유의 폭을 넓히면서 사물, 현상에 내포된 메시지와 특징들을 포착해 원숙하고 활달한 붓 터치로 기존 회화의 틀을 벗어난 독특한 분위기의 수채화를 선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평화와 위안을 받으면 좋겠다”고 작가로서 자신의 바람을 말했다.

그녀의 작품에는 그녀의 색깔이 깊게 배어 있다.

지난 1995년부터 바다를 주제로 한 작업을 일관되게 해 왔던 그녀는 다양한 재료의 실험적 탐구로 수채화 세계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 찌꺼기를 바탕에 깔아 마티에르를 냈고 수세미와 명주 솜을 오브제로 사용해 독특한 화면을 연출한다. 이번 포항 전시에 앞서 개최한 서울 인사동 전시에서 그녀는 큰 주목을 받았다. 수채화가 아닌 서양화의 느낌을 주는 독특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화가들이 여러 다양한 화풍을 보여주지만 김 작가는 주로 따뜻한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소재로 해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올해 자신의 첫 개인전 이름도 ‘잉태와 결실’이라 이름 지었다. 지난 4월 1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열고 있는 초대 개인전에는 전시회 이름처럼 나무숲, 목단 꽃 등 우리 어른들이 어릴 적 가졌을 법한 추억들을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들이 출품돼 있다.

푸른 바다 위 휘영청 떠 있는 푸른색 보름달과 푸른 빛 소나무, 화려하게 피어난 목단꽃 등이 주 소재다. 작가는 이런 작품들에 대해 “제가 관람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고 말했다. 요즈음 사람들은 그림에 표현된 것처럼 삶을 관조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느껴 봤으면 하는 작가의 소망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단 한 번도 화가가 되는 것 이외의 꿈을 꿔 본 적이 없다는 게 김 작가의 회고다. 그래서 지금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데 대해 행복해한다.

김 작가는 다작 작가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많이 그리는 작가, 열심히 하는 작가라는 의미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포항의 한 종합병원에 수십 점이 걸려 있기도 하고 경기도 부천의 교회 등 전국에 애호가들이 많다.

-올해 ‘잉태와 결실’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라는 개념이 너무 강하고 혼자 살다 가면 되지, 하는 발상을 한다. 종족 번식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지고지순한 목표 아닌가. 서로 사랑하며, 그 결실로 자식을 낳아 보호하는 그 과정 속에 우리의 삶과 행복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의 반응이 어떻던가.

△좋았다. 한 관람객은 “답답한 시기 작가님의 밝은 색상의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밝아져서 너무 감사하다”라는 글을 방문록에 남겨놓기도 했다.

-자신의 그림은 어떤 화풍인가.

△입체가 있는 수채화라 말하고 싶다. 평면에 그치지 않고 명주 솜, 수세미 등 다양한 오브제와 커피 찌꺼기로 중첩된 마티에르에서 우러나오는 화면은 깊고 그윽한 매혹의 심상을 흔들어 깨우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즈음은 주로 그리는 게 어떤 것들인가.

△‘잉태와 결실’ 전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소나무 숲과 꽃이 소재가 된 입체감 있는 수채화를 주로 그린다.

-수채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수채화는 재료인 수채물감의 특성상 가볍고 담백한 느낌을 주며 즉흥적이며 직관적인 성격을 띠게 되며 다른 매체로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신선하고 정감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

-화가로서 어떤 평가를 받기를 원하나.

△화가로서 평가라기보다는 그 누구라도 제 그림에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제 그림을 보고 ‘아 행복하다, 따뜻하다’하는 그런 느낌을 받고 가면 제가 작가로서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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