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비 일부를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경북 경찰청은 지난해 1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전개된 동계강화 해외전지훈련비 8천200여만 원이 여행사 계좌를 통해 감독에게 역송금 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북체육회 관계자는 “해외훈련비 유용 사례는 경주시체육회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해 고(故) 최숙현 선수와 관련한 체육계 비리는 그 파장이 날로 커지는 모양이다.

최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선배 선수들의 폭행과 폭언 등은 이미 동료선수들의 증언으로 그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주장의 왕국이었다”는 말로 미뤄 그들의 횡포와 인권유린의 정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감독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해 2월 6일 경주시체육회에 신고를 했으며, 3월에는 가해자를 검찰에 고소도 했다. 4월에는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을 냈으며 사망 하루 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냈다. 최 선수는 몇 달 동안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며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던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어느 누구도 최 선수의 절규를 받아주지 않았다.

경찰 초동 수사의 미온적 태도와 관련체육회 등의 대처가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관련단체 어느 곳에서든 그녀의 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주었다면 극단적 상황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더 안타깝다.

이 사건은 이제 선수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넘어 무자격 팀닥터의 채용과정 의혹, 성추행 문제 최근에는 훈련비 유용과 식비 상납의 비리까지 불거져 체육계의 치부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체육계의 전반적인 인권문제를 챙기도록 하라”는 지시까지 있었다. 체육계의 나쁜 관행을 뿌리 뽑고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검찰의 엄중한 수사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다시는 체육계가 이 같은 불행한 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